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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감독·소비자보호 쌍봉형 체계
기관 이원화 실효성 의견은 엇갈려
금융 관료 반대 넘어설 묘수는 숙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뉴스1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을 쪼개는 카드를 다시 만지고 있다. 금감원 기능 분리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번엔 이복현 금감원장 ‘월권 논란’을 명분 삼아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해 조직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이번에도 금융 관료 조직의 반대라는 현실적인 문턱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경제 부처 개편안을 대선 공약으로 논의 중이다. 이 개편안엔 금감원 기능 분리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의 기능을 금융권 건전성 관리 담당 기관과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기관으로 나누는 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감원을 2개 기관으로 쪼개는 구상을 ‘쌍봉(雙峯)형 체계’라고 부른다.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수습 때 본격적으로 제안돼 10년 넘게 재점화되는 쟁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금감원을 건선성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대통령 임기 동안 실현에 실패했다. 가깝게는 지난해 9월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의 쌍봉형 분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 전문가는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해선 쌍봉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사 건전성 관리 기관은 금융산업 진흥을 주 업무로, 소비자 보호 기관은 강력한 규제를 주 업무로 나눠야 각 기관의 수월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을 보면 건전성감독원과금감원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막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소비자 보호에 전념하며 공적 책무를 짊어지는 기관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분리 반대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뚜렷하다. 사회적 비용 소모와 규제 공백 우려다. 2012년 금감원 분리 쟁점이 처음으로 도마 위에 올랐을 때 금감원은 쌍봉형 기관 전환 시 5년간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찌감치 쌍봉형 모델을 도입한 국가로 네덜란드와 호주가 꼽히는데, 이 나라들에서 대규모 금융 사고가 터졌을 때 감독기관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 사고 규모가 커졌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임기 내내 이복현 원장이 자초한 월권 논란이 금감원 분리에 불을 지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원장은 2023년부터 시장금리 관련 발언을 반복해 금융감독기관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엔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직을 걸겠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금융위원장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는데 이러한 행보가 권력 견제라는 명분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다만 금감원 분리 안의 구체성과 영향 예측과는 별개로 실제 분리까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과거 정치권의 여러 차례 시도에도 금감원 분리가 무산된 이유는 금융 관료 세력의 공고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에도 특별한 수가 없다면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전 금융 관료 집단의 반대에 막혀 흐지부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금감원 조직이 쪼개지면 요직이 민간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어 금융 관료들이 금감원 분리를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민간과 관료들 사이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라며 “정치적인 의지와 명분만으로 쉽게 실마리를 풀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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