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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학기 중 학원서 민법·형법 단계별 수강
대형 학원 1년 종합반 수강료 1천만 원 넘어
장학금에도 역부족···우울증·디스크 호소
리트 준비부터 고시화···정보격차 등 심화
2024년 8월 22일 202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aT센터가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수험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학교 수업만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학점에 미래가 달려 있다 보니 경쟁도 살벌할 정도죠.”

서울 소재 로스쿨 3학년 이 모씨(27)는 지난 2년 동안 인터넷 강의와 학원 수강료, 교재비 등 사교육비로 이미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그는 “민법과 형법 같은 핵심 과목은 기본·심화·최종 등 세분화돼 있는데, 단계마다 최소 50만 원 이상 강의료를 내야 하니 모든 과정을 듣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사례는 결코 특수하지 않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기준 학기 당 약 819만 원이지만 실제 학생들은 등록금 못지않게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메가로이어스 등 대형 학원의 연간 종합 관리반 수강료는 이미 1000만 원을 넘어섰다. 로스쿨생들은 1, 2학년 때 필수 학점을 거의 모두 채워놓고 3학년 때는 최소 졸업 요건인 6학점만 남겨둔 채 변호사 시험 대비 사교육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 씨는 “장학금을 받아도 사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주변 친구들도 학기 중은 물론 방학 기간에도 학원 강의를 듣고 있어서 3년 간 총 지출액이 2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고 털어놨다. 변호사 시험에 재응시할 경우 이런 부담은 더욱 커져 많은 학생들은 불법 녹화 강의인 ‘둠강(어둠의 강의)’에까지 의존하고 있다.

로스쿨생들이 사교육에 이토록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과 치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약 50%에 불과한 데다 다섯 번 시험에 불합격하면 영원히 재응시할 수 없는 이른바 ‘오탈자’ 제도 탓에 학생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로스쿨 자체 강의만으로는 변호사시험 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학원을 찾게 됐다. 금융권에서 로스쿨생에게 비교적 손쉽게 제공하는 2000만 원 안팎의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사교육 지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로스쿨생들은 불안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는 물론 디스크, 손목 통증, 시력 저하 등 신체적 이상 증상까지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스쿨 교수 못지않은 강의력과 현장 경험을 갖춘 ‘스타 강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로스쿨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인 김기용 전 검사(현 변호사)는 메가로이어스에서 1타 강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로스쿨생 사이에서는 이미 “변호사시험 준비는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서 한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런 로스쿨 사교육이 변시 대비는 물론 입학 전부터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법조인에게 필요한 법률적 사고력과 논리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고자 도입된 법학적성시험(리트·LEET)이 이제는 사교육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리트는 공부량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아 준비가 부족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하고, 꾸준히 준비한 학생이 기대 이하의 점수를 얻기도 해 불확실성이 크다. 중앙대 공공인재학부에 재학 중인 김 모(25) 씨는 지난해 리트 준비에만 200만 원 이상을 썼다. 그는 “모의고사 응시료가 회당 10만 원이고 기본 강의는 7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학원들이 성적 향상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고, 혼자 공부하면 불안감 때문에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어 “리트가 끝난 후에도 자기소개서와 면접 대비를 위한 강의를 따로 들어야 해 부담이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정보 격차' 문제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로스쿨 입시 준비를 위한 소모임이나 선배 멘토링을 통해 관련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지만, 지방대나 로스쿨 진학률이 낮은 대학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정보를 찾아야 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로스쿨 준비생 이 모(26) 씨는 “지방대 학생들은 함께 준비하는 인원이 적어 스터디나 멘토링 같은 지원을 받기 어렵고 정보 접근에도 한계가 있어 결국 학원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은 소위 ‘스펙 쌓기’ 열풍까지 부추기고 있다. 김 씨는 “실제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점, 토익, 리트 점수 등 이른바 ‘학토릿’이지만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법률 관련 대외활동까지 필수처럼 여기게 된다”며 “대외활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보다 뒤처질까 불안해 시간과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씨 역시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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