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명하려고 노력했다”며 “전임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를 요구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 의원이 “본인이 판단해야지, 전임자가 다 맞게 판단하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제가 그분의 후임이기 때문에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은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 중에서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했다.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지난 8일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

최 부총리는 “처음에 두 분(정계선·조한창)을 임명할 때 많은 국무위원이 반발했다. 국무회의도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이 작동하게 하는 것이 제 임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헌재가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해도 국무회의가 안 된다고 하면 안 하느냐”고 따지자 “설득 중이었다. 노력은 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최 부총리 탄핵소추가 국익을 해친다며 옹호했다. 최 부총리는 다음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의할 예정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탄핵 청문회가 국익과 회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수장이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돼야 수익을 올리는 미국 국채에 약 2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매도·매입 자료 제출을,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답변을 요구하자 최 부총리는 “2023년 12월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미국 국채를) 곧바로 매각했다. 이후 2018년 민간인 신분 때부터 갖고 있던 외화예금을 2024년 8월 외화국채로 바꾸는 걸 추천받아 샀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나라를 팔아버린 것”이라며 “국익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경제부총리”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때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계엄 예비비 마련’ 쪽지를 건네받은 인물이다. 최 부총리는 “굉장히 초현실적인 상황이었고 저는 계엄에 반대했다”며 “제가 받은 자료에 관심도 없었고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의 파국이 오기까지 탄핵을 30번 하고 얼마나 많은 수단을 동원했는지 기가 막힌다”라며 “스토킹 탄핵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나흘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을 들켜 사과하기도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적 있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없다”고 대답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이동통신사에서 제출받은 최 부총리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을 제시하며 “2024년 12월7일 ‘갤럭시 S24 울트라’에서 ‘갤럭시 Z 폴드6’으로 바꿨다”고 추궁했다.

최 부총리는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그런데 제가 정확히 날짜를 기억 못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바꾼 건 아니다. (교체 전 기기까지) 둘 다 가지고 있다”며 “오해를 불러일으켜 그 부분은 제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경향신문

허진무 기자 [email protected] 유새슬 기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