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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유엔 회원국 중 마지막 미수교국으로 남아있던 시리아와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191개국과 수교를 맺게 됐습니다. 외교 지도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인데, 외교부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리아는 1966년 북한과 수교를 한 이후 '혈맹'이라고 불리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고 한국과의 수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친러·친북 성향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붕괴되고 과도 정부가 수립되면서 외교 정책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시리아와의 수교

이후 수교 추진은 전격적이었습니다. 과도정부가 수립되자마자 우리 정부는 수교 의사를 타진했고 시리아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지난 2월 초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를 방문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양국은 고위급 수교 서명에 합의했습니다. 3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수교 방침이 확정된 직후, 3월 20일 박일 주레바논 한국대사가 시리아로 급파되어 실무 협의를 주도했는데, 여러 가지 수교 방식 중 시리아 측은 장관급 방문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장관이 직접 수교 문서에 서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방식입니다. 보통 외교공한 등을 통해 수교를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교부는 유엔 회원국 중 마지막 남은 국가와의 수교라는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조태열 장관의 시리아 방문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방문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끝나고 과도정부가 들어섰지만, 시리아 현지는 정치적 혼란 속에 치안 불안과 테러 위험이 여전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운전해서 조태열 장관을 예우한 알-샤이바니 장관 (사진 제공 : 외교부)

■ 극비 출장 중 '최고 예우' 보여준 시리아…5시간 머물고 귀국길

조태열 장관은 지난 10일 목요일 새벽 인천을 출발했고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당일 정오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 도착했습니다. 조 장관은 다마스커스에 약 5시간만 머물렀으며, 국경을 넘어선 후에야 방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자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조 장관의 시리아 방문을 '엠바고'로 알렸습니다.

시리아는 수교를 위해 방문한 조태열 장관에게 최고 수준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하며 각별히 예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외국 장관에게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또 알-샤이바니 외교장관이 조 장관과 회담 뒤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운전석에 앉았고, 조 장관과 단둘이 한 차량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직접 본인이 운전해서 (상대를) 모시는 것은 아랍권에서는 일종의 최고 예우"라며 "시리아가 의전·경호 측면에서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이후 시리아가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는 첫 사례였던 만큼 공을 들인 것입니다.

13년 내전이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리아

■ 13년 내전 끝낸 시리아 "한국은 재건 경험 있는 중요 파트너"

시리아는 최근 수교한 한국이 "어려운 과정에서도 국가를 재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며 향후 재건 분야에서 협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리아 측이) 재건 분야에서 한국이 들어와서 많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고 개발 경험도 배우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집권 시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던 시리아는 향후 제재가 해제되면 오랜 내전으로 붕괴한 국가 재건 사업을 본격 진행할 전망입니다. 재건 시장은 25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외교장관에게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시리아 측은 한국 경제성장의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며 실무 대표단 파견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시리아 현지시각 회담 (현지시각 10일)

■ 당분간 레바논대사관이 겸임 …대사관 개설까진 시간 필요할 듯

정부는 당분간 시리아에 대사관은 개설하지 않고 주레바논대사관이 겸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시리아는 대사관 개설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시리아 내 혼란이 극심한데다 양국 간 교민 교류 등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라 대사관 개설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 개설과 관련해) 시리아 쪽은 아직 구체적으로 방향을 알려온 바는 없다"며 "이제 수교를 했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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