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탄핵 정국 때 주먹밥 만들어
오후 4시16분 시민들에 제공
노란 리본 나눠주며 공감대
11년 싸움 헛되지만은 않아
권력의 잘못은 꼭 밝혀져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기까지 4개월간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는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집회가 진행되는 광장 한쪽에 펼쳐진 노란 천막에는 항상 1500개의 주먹밥이 보온통에 담겨 시민들을 기다렸다. 세월호 유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위해 직접 만든 것이다. “맛있어요” “감사해요” 주먹밥을 받아든 시민들은 환히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매주 집회가 이어지면서 주먹밥의 속 재료도 점점 늘어갔다. 시민들이 지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든든한 한 끼에 담겼다.

1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김종기씨를 만났다. 김씨는 세월호참사 희생자 고 김수진양의 아버지다. 김씨는 “주먹밥 나눔은 항상 오후 4시16분에 카운트다운을 하며 시작했다”며 “416이라는 숫자는 슬프고 아픈 숫자이기도 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의미하는 희망의 숫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12월7일부터 4월5일까지 팽목항을 다녀온 날 하루를 빼고는 매주 토요일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광장을 지켰다. 세월호 유족들이 그동안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주먹밥은 2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뉴스로 접한 김씨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고 했다. 중학생 시절 처음 겪었던 계엄의 공포가 떠올랐다. 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세월호 유족들 역시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런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꾼 것은 수진양 또래의 청년들이었다. 기꺼이 국회로 달려가고 응원봉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온 청년들을 볼 때마다 김씨의 마음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했다. 김씨는 “청년들에게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지 않는 권력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며 “비상계엄 때문에 청년들이 광장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어른으로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때 엄마들이 광장에 나온 학생들에게 먹이던 주먹밥으로 청년들을 든든하게 먹이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에게 광장은 지난 11년간의 싸움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공간이기도 하다.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가방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광장에 나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김씨는 “많은 시민이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안전 사회를 위해 함께하는 이들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탄핵 이후 바라는 세상은 ‘권력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사회’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정보는 2017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되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문건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씨는 “세월호도, 비상계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전·생명을 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생명·안전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유족들은 광장에 나선 시민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146 의대 모집인원 '3058명'에 복지부 "안타깝다"… 환자·시민단체 "대국민 사기극" 랭크뉴스 2025.04.17
45145 ‘81세’ 장영자, 또 사기로 징역 1년형···5번째 실형, 총 34년 복역 운명 랭크뉴스 2025.04.17
45144 나경원·한동훈·홍준표 ‘죽음의 조’…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 조편성 랭크뉴스 2025.04.17
45143 [속보] 용인 일가족 5명 살해 혐의 50대 구속영장 발부 랭크뉴스 2025.04.17
45142 ‘윤석열 파면’ 문형배 “관용과 자제가 윤 탄핵소추문의 핵심” 대학서 특강 랭크뉴스 2025.04.17
45141 [속보] 일가족 5명 살해 혐의 50대 구속영장 발부 랭크뉴스 2025.04.17
45140 지귀연도 '두 번 특혜' 거절‥"尹 2차 공판 촬영 허가" 랭크뉴스 2025.04.17
45139 ‘계엄’ 연루 졸업생만 4명인데…파면 윤석열에 “충암의 아들, 수고했다”는 충암고 총동문회 랭크뉴스 2025.04.17
45138 [속보] ‘내란 특검법’·‘명태균 특검법’ 본회의 재투표 부결…자동폐기 랭크뉴스 2025.04.17
45137 [속보] 지귀연 재판부 촬영 허가…‘피고인 윤석열’ 법정 모습 다음주 공개 랭크뉴스 2025.04.17
45136 "머스크가 거길 왜" 격노한 트럼프…'中전쟁계획' 브리핑 막았다 랭크뉴스 2025.04.17
45135 "이러다 순직" 17년차 베테랑도 사투…"가엾다" 찍은 사진 한장 [신안산선 붕괴] 랭크뉴스 2025.04.17
45134 [단독]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 막은 장본인은 수사대상인 ‘정진석·김성훈’이었다 랭크뉴스 2025.04.17
45133 “100만 원 주가 목전” 삼양 ‘라면왕’ 등극하나 랭크뉴스 2025.04.17
45132 [속보]두번째 내란 특검법·명태균 특검법, 국회 재표결서 부결 랭크뉴스 2025.04.17
45131 [속보] 법원, 윤석열 21일 공판 법정 촬영 허가 랭크뉴스 2025.04.17
45130 ①'버티면 얻는다' 학습효과 ②트리플링 우려 현실화 ③수험생 고통···교육부의 고집, 다 잃었다 랭크뉴스 2025.04.17
45129 [단독] 서부지법 직원 56명 트라우마에 심리치료... 비용 2000만원 가담자에 청구 검토 랭크뉴스 2025.04.17
45128 ‘피고인 윤석열’ 법정 모습 공개된다… 재판부, 21일 촬영 허가 랭크뉴스 2025.04.17
45127 김문수 "표 더 받으려 尹 탈당?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인터뷰]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