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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폭설이 지나간 지난 3월 충북 제천의 벌통 모습. 살아있는 꿀벌보다 폐사한 채 바닥에 있는 꿀벌이 많다. 사진 김병철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
“올해는 정말 심각합니다. 꿀벌 70%를 잃었어요”

충북 제천에서 9년째 꿀벌을 기르고 있는 김병철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은 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그는 꿀벌을 위한 월동 준비를 마치고 “잘 자라”고 인사한 뒤 벌통을 닫았다.

하지만 올봄 벌통을 열었을 때 남아 있는 꿀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어 3월의 늦은 폭설, 4월 냉해가 닥치면서 이제 벌통에 남은 꿀벌은 지난해 말의 30%에도 못 미친다.

강원도 속초에서 13년째 양봉을 하는 박종호 양봉협회 강원지회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강원도는 겨울 추위가 심한데 월동하던 꿀벌들이 사라졌다. 나가면 죽는데 왜 나갔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대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데, 과거엔 이런 현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의 공식 집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이날 중앙일보가 통화한 양봉협회 지회장들은 농가 평균 절반가량 꿀벌이 실종 또는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월동에 들어가기 전 꿀벌이 가득 차있는 벌통(왼쪽), 올 3월 벌통엔 꿀벌이 거의 남지 않다. 김병철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

충북지회의 경우 농가별로 평균 70%의 꿀벌이 사라졌다고 추정한다. 일벌은 기온이 15도가 넘으면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난 겨울 충청권 기온은 변동 폭이 컸다. 이상 고온으로 15도가 넘으면 봄이 온 걸로 착각한 일벌이 벌통 밖으로 나갔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돌아오지 못한 채 죽었다. 진짜 봄이 왔을 때도 문제였다. 남은 일벌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갑작스런 폭설과 냉해로 재차 피해를 보았다.



꿀벌→열매 작물 연쇄 감소, 생태계 붕괴 우려
꿀벌의 감소는 사과, 배, 마늘, 고추, 호박, 당근 등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작물의 연쇄 피해로 이어진다. 야외에서 작물을 심은 농가는 수확량이 크게 줄고, 비닐하우스 등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는 농가는 예년보다 고가에 꿀벌을 들여야 해 부담이 커진다. 예년에는 15만원이던 벌통 하나당 가격이 올해 20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아직 사과나무 등 꽃이 피지 않은 작물들은 수분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꿀벌이 많이 죽었다면 올해 열매 작물의 작황은 그만큼 나쁠 것”이라고 우려했다.

꿀벌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남용, 꿀벌응애(진드기), 노마제병(진균성), 낭충봉아부패병(바이러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충북 제천의 양봉 농가 전경. 꿀벌들이 벌통 속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사진 김병철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월동 중에 실종·폐사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겨울철 기상 이변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환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꿀벌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는 기온 변동성에 더 취약하다”며 “기온 변동 스트레스 때문에 봉군(벌떼)이 붕괴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꿀벌은 생태계에서 새, 곤충 등의 먹이사슬에 포함된다. 임정빈 교수는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벌꿀과 농작물 작황 부진 문제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붕괴의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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