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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오른쪽)이 15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시 주석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공동대응을 베트남에 촉구했지만, 미국과도 교역 중인 베트남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AP=연합뉴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전쟁’에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주문한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인수를 중단하거나, 미국의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비관세 카드를 활용해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일환으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 여객기를 더는 인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 회사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 구매도 중단할 것을 명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들은 “이 명령은 지난 주말 중국이 미국의 145% 관세에 대한 맞대응으로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이후 내려졌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사전 징후도 있었다. 앞서 중국 항공사 지샹항공은 3주 뒤 인수할 예정이던 1억2000만 달러(약 1716억원) 상당의 보잉 787-9 여객기 인수를 최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도 “예정대로 항공기를 인수하려다가,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심화돼 최종 인수를 포기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었다.

현재 보잉사 항공기 납품을 기다리는 중국 항공사는 남방항공,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샤먼항공 등으로 총 10대의 보잉 737 맥스 기종을 발주한 상태다. 이들 항공사가 고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인수를 중단할 경우 보잉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를 차지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보잉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 판매시장을 잃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지난 4일부터 단행한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 미국의 군사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수출을 중단한) 희토류는 미국의 다양한 무기 생산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며 “전투기, 군함, 미사일, 전차, 심지어 레이저 무기 등에도 두루 사용된다”고 전했다. 일례로 미군의 전략 무기인 F-35 스텔스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데 약 400㎏ 안팎의 희토류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잠수함의 경우 많게는 약 4100㎏ 이상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커런 중요 광물 안보 프로그램 이사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결정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이 미 국방력의 중국 의존성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처럼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또 람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간 정상회담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에 반대하며 공동 대응을 강조했지만, 베트남은 중국의 무역 역조 시정을 요구하면서 미국과의 분쟁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막대한 대중 적자를 대미 흑자로 메우는 샌드위치 무역 구조인데, 미국이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현재 90일간 유예)를 예고한 상황에서다. 또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당사국 간 합의 이행 준수도 중국 측에 촉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베트남 특유의 ‘대나무 외교’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둔 베트남이 1년4개월 만에 방문한 시 주석을 환대하면서도 미국을 의식해 신중함을 잊지 않았다”며 “미국과의 원스톱 협상, 시 주석의 방한을 모두 앞두고 있는 한국이 벤치마크해야 할 회담”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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