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의 1060일 ⑧ 계엄령 도대체 왜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비상계엄이 실패하면 탄핵되고 구속된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이 하룻밤도 안 돼 일단락된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를 시작했다. 친윤계 정치인 A가 관저를 찾았다.

A를 만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듯했다. 폭탄주가 몇 순배 도는 와중에 A는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기 때문에 계엄 선포 요건이 안 된다. 앞으로 탄핵이 되고 구속이 될 텐데 어떻게 하실 거냐”라고 추궁하듯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실패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나중에 A는 주변에 이런 말을 했다. “계엄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 군대를 안 다녀와서 그런지 계엄을 선포하면 군대가 명령에 따라 착착 움직일 줄 알았던 것 같다.”

대체 윤 전 대통령은 왜 계엄령을 발령했을까.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2일 담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 자체는 2020년 총선 이후 아스팔트 우파에서 떠돌던 뜬구름 같은 주장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와 관련해 새롭게 공개한 사실도 없었다. 부정선거 의혹 때문만이라면 계엄은 무모한 선택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를 계엄으로 내몬 다른 요인이 있을까. 여러 외생 변수들이 거론되지만 윤 전 대통령을 겪어본 인사들은 “계엄 사태의 시작과 끝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꽤 일찍부터 계엄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했던 것 같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 식사를 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초 여름 휴가 뒤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선 “나는 박근혜처럼 죽지 않는다”거나 “내가 탈당해 버리면 된다. 나 혼자 죽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일부 언론인에게 “지금과 같은 야당 독재 상황을 대비해 헌법을 아주 잘 만들어 놨더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계엄 선포권을 규정한 헌법 77조를 언급한 것이었을까.

총선 참패 뒤 더 거칠어진 야당의 압박, 본인의 독불장군식 본성 탓에 이런 생각은 더 커졌을 것이다. 여기에 ‘위험한 충신’ 김용현과의 밀착을 결정적 트리거로 보는 사람이 많다. 친윤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반 2년은 여당이 한동훈을 넘지 못했고, 이후 1년은 김용현을 넘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한동훈과 멀어지면서 김용현에게 의지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1월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쓴 『검찰의 심장부에서: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의 기록』엔 2020년 3월 19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 회식 때 했다는 말이 담겼다. “(내가)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5·16 당시) 김종필처럼 중령이 하는 것인데 검찰에는 (중령이) 부장에 해당한다. 나는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 이 기사의 전문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패 땐 탄핵, 나도 알았다” 폭탄주 돌린 尹 ‘그날의 고백’ ⑧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722

尹 “X팔리게, 美 도움 필요없어”…日징용해법 승부수 비화 ⑦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419

의대 증원에 건건이 “아니오”…尹, 40년지기 연락도 끊었다 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182

"尹 술친구 자랑하던 그 의원, 한동안 찍혀 죽어 지냈다" 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709

"막내급 기자가 청담동 술자리 질문…尹, 그날 도어스테핑 좌절" 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374

"비속어 썼으니" 참모들 제안…'바이든 날리면' 실상은 이랬다 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066

"내가 있어 지금의 尹 있다고…김건희, 술자리 때마다 말해"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699

총선 출구조사에 격노한 尹 "그럴 리 없어! 당장 방송 막아!"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454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042 지갑 닫은 소비자… 콧대 꺾인 프리미엄 가전 랭크뉴스 2025.04.17
45041 유영재 선처 호소 "한순간 잘못 판단"…선우은숙 언니 강제추행 인정 랭크뉴스 2025.04.17
45040 황교안은 입 다물었던 트럼프 질문, 한덕수는 어떻게 알려졌을까 랭크뉴스 2025.04.17
45039 기아타이거즈 홈 경기서 여성 몰카 찍은 70대 입건 랭크뉴스 2025.04.17
45038 이재명 “임기 내 세종집무실 건립하겠다” 랭크뉴스 2025.04.17
45037 윤석열·김건희, 7일 만에 물 228톤 쓰고 나갔다…또 세금 줄줄? 랭크뉴스 2025.04.17
45036 권성동, 질문하는 기자 손목 잡아채 끌고가 “지라시 취재는 거부” 랭크뉴스 2025.04.17
45035 [속보] '음주운전·불법 숙박업' 문다혜, 1심 벌금 1500만원 랭크뉴스 2025.04.17
45034 성 비위로 해고된 직원, 송별회서 대표 아내 성폭행 후 도주 랭크뉴스 2025.04.17
45033 20세 최연소 사시 합격자 깜짝 근황…8년 다닌 김앤장 퇴사, 왜 랭크뉴스 2025.04.17
45032 ‘포스코이앤씨’ 신안산선 붕괴 사망자, 지하 21m 토사물에 매몰 랭크뉴스 2025.04.17
45031 매일 붙어지내던 반려견의 습격… 생후 7개월 아기 숨져 랭크뉴스 2025.04.17
45030 경북 산불 실제 피해 9만ha, 산림청 발표의 ‘2배’…초기 추산 엉터리? 랭크뉴스 2025.04.17
45029 음주운전·불법 숙박업 혐의 문다혜 1심서 벌금 1500만 원 랭크뉴스 2025.04.17
45028 "지라시 언론사는 가라"... 권성동, 기자 손목 붙잡아 끌고 가며 취재 거부 랭크뉴스 2025.04.17
45027 나경원 "23년간 정치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4강 포함' 확신" 랭크뉴스 2025.04.17
45026 한은, 기준금리 연 2.75% 동결…환율·가계부채 불안 고려 랭크뉴스 2025.04.17
45025 한덕수 ‘알박기’ 막은 변호사 “교과서 남을 판례…9대0 결정 의외” 랭크뉴스 2025.04.17
45024 한은 “1분기 역성장 가능성”…기준금리 연 2.75% 동결 랭크뉴스 2025.04.17
45023 [속보] 문다혜, 음주운전·불법숙박업 1심…벌금 1500만원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