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을 위해 방미 중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조현동 주미대사로부터 화상으로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국무총리실
[서울경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콕 집어 무역 협상을 조기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측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 베트남, 수요일(16일)에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며 “(협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베선트 장관이 한국을 비롯해 영국·호주·인도·일본 등 5개국과의 협상을 최우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투하가 중국의 전면적인 보복 조치를 초래하고 미국 경제와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자 우호국과의 협상을 먼저 타결해 승리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이 다급할 때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하면 다른 시기보다 적게 내주고도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다음 주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해 본격적인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임기가 50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당시에도 자동차·철강 관련 규정 개정에만 8개월 넘게 걸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산업 협력, 방위비 분담금 등 무역·안보 이슈를 하나의 패키지로 일괄 협상하겠다고 말해왔다. 국회 비준 동의나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협상 타결을 서두르다가는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 측 압박에 밀려 ‘졸속 합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한 대행은 긴 호흡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 적극 임하되 최종 타결은 차기 정부에 맡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을 포함한 초정파적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협상의 큰 원칙을 마련하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측에 조선·에너지·반도체 등 ‘윈윈’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 의지를 강조해 관세 유예 기간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또 신속하고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경제와 안보 이슈를 분리해 협상하자고 미국 측을 설득해야 한다.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경제성, 일본과의 협력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