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주인공이 당내 예비후보들이 아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인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출마를 호소하는 형국이다. 한 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에 소속 의원 절반인 50여 명이 서명하는가 하면, “출마 가능성이 90% 이상“(성일종 의원)이라며 분위기를 띄우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친윤계의 ‘한덕수 추대설’이 퍼지면서 중도 확장력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당원도 아닌 한 대행이 당 대선 레이스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한 대행은 마감일인 어제까지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보수·중도 빅텐트’라는 명분하에 5월 3일 선출하는 당 대선후보와 한 대행 등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당내 일각의 구상이다. 6월 3일 대선 직전에 극적 드라마를 써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선거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당이 뽑은 후보를 들러리 취급함으로써 경선 의미를 스스로 축소하는 것이다. 대선 관리 최고책임자인 한 대행을 대선후보로 영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등 중대 고비 때 자생의 길을 찾기보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 운명을 거는 일이 잦다. 지난 대선 때는 정치 입문 4개월 차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고, 지난해 총선 참패 직후엔 정치 신인인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을 맡겼다. 결과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실패였으나 또다시 같은 길을 가려 한다. 인물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자, 정당 존재 의미를 부인하는 선택이다.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려면 뼈를 깎는 쇄신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한 대행 차출에 목을 매는 모양새다. 한 대행이 참여하는 빅텐트에 무엇을 담을 건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한 대행이 대선 레이스에 발을 들이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불가능해진다. 대표 보수정당으로서 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