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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학생 선발·정보 제공 등 개입 요구안 최초로 거부
정부 “기득권 세력” 3조1400억원 규모 지원 동결 압박
가버 총장의 강경 대응에 다른 대학들도 ‘안도의 한숨’
학생 가려받는 법안 “반대” 14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의사당 건물 앞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윌리엄 램버스가 추진하는 HB793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 법안이 테네시주법으로 시행되면 지역교육청이나 차터 스쿨이 서류 미비 학생의 입학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학교 운영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 조치를 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안을 불법·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트럼프 정부가 22억달러(약 3조14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동결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 사립대)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인 하버드대가 트럼프 정부의 요구안을 거부한 최초의 대학이 되면서, 다른 대학에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미 정부 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에 수년치 보조금 22억달러와 계약 6000만달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하버드대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태스크포스는 “하버드대의 오늘 성명은 우리 나라 최고 명문 대학에 만연한 권리 의식, 즉 연방정부 투자를 받는 것에 시민법을 준수할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진 학습 차질,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용납할 수 없다며 명문 대학이 납세자의 지원을 받으려면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금 동결 조치는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이날 교내 커뮤니티에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할 수 있는지, 어떤 연구와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요구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가버 총장은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 방치 등을 이유로 지난달 말 하버드대에 9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연방계약과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서한을 보내 대학 운영 방식, 학생 선발 및 교수 채용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버드대에 요구한 것은 모든 채용 데이터와 인종·출신 국가·학점 등 입학 관련 모든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할 것,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 정부가 ‘심각한 반유대주의 기록’이 있다고 지적한 학술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고 외부 감사를 실시할 것 등이다.

가버 총장은 이에 대해 “일부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규제를 의미한다”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요구안이 정부가 신입생 입학 방식에 개입하고 보수 활동가들이 교수진을 압박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이었던 클로딘 게이 전 총장도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며 사임한 바 있다.

하버드대의 정부 요구안 거부에 대학 관계자들은 안도와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미국교육협의회 테드 미첼 회장은 하버드의 대응이 “대학들이 어떻게 정부의 개입에 맞설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한다”고 NYT에 말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하버드가 다른 고등교육기관들에 모범을 보였다”며 환영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보조금을 수단으로 ‘대학 옥죄기’에 박차를 가했다. 학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와 반유대주의 확산을 이유로 컬럼비아대에 4억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연방계약 및 보조금을 취소한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대에 대해서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을 문제 삼아 1억7500만달러(약 2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중단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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