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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무시' 트럼프에 생긴 유럽 내 불신
'관세 폭탄'으로 커지며 전방위적 보이콧
'미국→유럽 브랜드 추천' 홈페이지까지
유럽 내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이콧(구매 중단)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는 미국 브랜드 나이키 신발 대신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를 고르는 유럽인의 이미지를 챗GPT로 묘사한 것.


벨기에 브뤼셀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툰 보스(29)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6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그가 운영·관리하는 웹사이트
'고 유러피안(Go European)'
에 사용자가 물 밀 듯 밀려들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를 살펴보면 '미국산 제품 보이콧(구매 중단)'이 목적
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미국 브랜드 '나이키' 탭을 누르면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 스위스 브랜드 '온' 등을 대체품으로 안내하고, 미국의 '코카콜라' 또는 '펩시콜라' 대신 독일의 '프리츠콜라' '비타콜라'를 추천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문을 연 시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뒤인 지난 2월 23일이다.

보스는 "미국산 보이콧을 촉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유명하지 않거나 유럽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았던 제품 및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한국일보에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정치적 격변으로 유럽 상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궁금증이 커졌다"면서, 이 사이트가 유럽인들의 미국산 보이콧 흐름의 덕을 보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유럽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웹사이트 '고 유러피안'은 미국 상품을 대체할 유럽 상품을 추천한다. 해당 화면은 미국 브랜드 나이키 대신 선택 가능한 유럽 브랜드를 추천하고 있다. 고 유러피안 캡처


유럽을 동맹으로 여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싹튼 불신은 '관세 폭탄'이 날아들면서 폭발, 미국산 보이콧 움직임을 일으켰다. 보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국가별 상호관세율 발표일인 2일)을 예고한 직후 방문자 수가 정점을 찍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미국을 '위험 요인'으로 인식한 유럽 시민들의 보이콧은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보이콧의 시작은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테슬라를 겨냥했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꿰찬 그가 유럽 극우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모습 등에 대해 유럽 시민들은 테슬라 구매 중단으로 보복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EAU)에 따르면 유럽 내 테슬라 차량 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나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테슬라 매장 앞 항의 시위는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머스크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탈출 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용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지난 2월 생성된 '바이 프롬 EU(Buy from EU)' 페이지에는 미국 상품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겠다는 인증 글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레딧 캡처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산 상품 전반에 대한 보이콧으로 확산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
레딧'에는 지난 2월 16일 '바이 프롬 EU(Buy from EU·유럽에서 구매)'라는 페이지
가 생겼는데, 생성 약 두 달 만인 15일 기준
가입자가 22만 명을 돌파
했다. 페이지에는 '미국 상품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겠다'는 인증 글이 활발하게 올라온다. "마침내 구글 계정을 삭제했다" "더 이상 나이키를 사지 않을 것" 등이다. 미국산 상품의 대안을 추천해 달라거나 질 좋은 유럽 상품을 추천하는 글도 엄청나다.
페이스북에도 국가별 보이콧 페이지가 생성
됐고,
고 유러피안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
했다.

8일 미국 뉴저지 베이온의 한 슈퍼마켓에 미국 브랜드 코카콜라가 진열되어 있다. 베이온=AFP 연합뉴스


미국 여행 자제 분위기도 일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 국제무역청(ITA) 자료 등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에서 1박 이상 체류한 서유럽 방문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 급감했다. 특히 덴마크·아이슬란드로부터의 방문자는 30% 넘게, 독일·아일랜드·스페인·노르웨이로부터의 방문자는 20% 넘게 줄었다. 예정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빗발친다.

시민들의 보이콧에 우회적으로 동참한 기업도 생겼다.
슈퍼마켓 체인 푀텍스 등을 소유한 덴마크 살링그룹이 지난달 유럽 내 1,700여 개 매장에서 유럽 제품에 별도의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터라 덴마크 내 반미 감정은 극에 달한 상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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