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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회식 자리에 나타난 지방의원…"남직원들은 나가라"

지난해 12월, 전북 고창군의 한 주점.

그날 밤 그곳에서는 고창군의회 7~9급 공무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군의원 A 씨가 "한 해 동안 고생했다"며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넘어간 이른바 '2차'였고, 도중에 한 명이 더 합류했습니다.

바로 고창군의회 차남준 부의장입니다.

고창군의회 차남준 부의장실

이미 술에 취해 나타난 차 부의장은 갑자기 "남직원들은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남성 공무원들이 나간 주점 방 안에는 차 부의장여성 공무원 2명만 남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참석자들의 기억이 일치합니다.

■ "부의장이 여성 공무원 폭행…사퇴하라"

그런데 논란은 지금부터입니다. 차 부의장이 이 자리에서 여성 공무원 1명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성 공무원이 노조 관계자에게 털어놓은 그날의 기억은 이렇습니다.

"(차 부의장이) 머리를 이렇게 까고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그리고 그냥도 치고, 여기 치고, 그리고 당겨서 안고, 이랬던 것들이 연속적으로 있어요."

여성 공무원은 "(그 순간) 얼음이 됐던 것 같다"며 "그다음 날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판단이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와중에도 '술 취한 차 부의장을 빨리 집에 보내야 한다. 의원이니까 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전북시군공무원노조협의회가 고창군의회에 전달한 성명서와 항의 서한

전북시군공무원노조협의회는 고창군의회 앞에서 어제(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 부의장이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사퇴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안남귀 고창군공무원노조위원장은 "여성 공무원들이 느꼈을 암담함과 두려움을 상상할 수 없다"며 "'왜 나가지 못했냐?'라고 물었더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고 무섭기만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또 군의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면서 차 부의장 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부의장 "친해서 남으라고 한 것…폭행은 없었다"

차 부의장은 취재진에게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차 부의장은 "100%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여직원을 어떻게 때리냐?"며 "대단한 감정이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여성 공무원에게 '만약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면 미안하다'는 사과도 2차례 이상 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남직원들 나가라"고 말한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차 부의장은 "여성 공무원들이 제 일을 많이 봐주고, 자신도 신뢰하다 보니 더 각별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부의장과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고창군의회는 "사실 관계를 조사해 결과에 따라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지방의원 잇단 논란…"배경에는 수직적 관계"

공무원을 대하는 지방의원의 태도 논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군산시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군산시의회 한경봉 의원이 여성 공무원이 모인 시의회 대기실에서 "자신과 스캔들을 일으킬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조회수를 높이려면 스캔들이나 나야 가능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일부 공무원들이 악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을 제명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양측의 주장이 다른 만큼 누가 옳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전북 고창군의회 본회의장

하지만, 잇단 논란의 배경으로 '지방의원과 공무원의 수직적 관계'를 꼽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공무원들로서는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을 지닌 지방의원 눈치를 봐야 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만약 국회의원이 있는 자리였더라도 지방의원이 이 같은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지 의문이 나옵니다.

'친분'이라고 말하는 관계가 누군가에게는 '갑을'로 느껴지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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