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자력과 핵무기, 핵물질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부 청사.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DOE)가 15일 0시(현지시각)부터 한국을 포함시킨 ‘민감국가 리스트’(SCL)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의 ‘기타 지정 국가'로 추가해, 이날부터 이 명단이 시행됐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 내부 규정으로 공식적으로는 대외에 공개하지 않지만, 정부는 이 명단이 발효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미 에너지부와 국장급 실무협의 등 적극적인 교섭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민감국가 해제는 미국 쪽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 문제를 조속히 해결키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은 이후 이를 위한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리스트에서 빼려면 연례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단시일 안에 해제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제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조치의 발효로, 한국 출신 연구자는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기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도 추가 보안 절차가 적용된다. 동맹국인 한미 양국간 원자력이나 에너지, 첨단기술 분야에서 심도 있는 협력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양국간 국장급 실무협의에서 미 에너지부 쪽은 민감국가 지정이 향후 추진하는 한미 연구·개발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이란, 중국, 러시아 등이 포함된 민감국가 리스트에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이 올랐다는 것은 한미동맹에도 상징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왜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 기술 유출만으로는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될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많은 의문이 있다.
과거 한국이 1980~1990년대에 민감국가 명단에 올랐다가 해제될 당시의 외교문서를 보면,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핵 개발 시도 때문에 민감국가에 지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들이 주도한 핵무장론의 여파를 잘 해결하는 것이 민감국가 해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