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에어서울 RS902편이 이륙을 위해 주활주로로 진입하던 중 비상구 문이 열리고 비상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시청자 제공

"이륙하려고 활주로에 진입하는 중에 여자로 보이는 분이 갑자기 일어나서 앞쪽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어요. 승무원이 바로 제지한다고 일어난 것 같은데, 문이 열리고 비행기는 바로 섰고요."

오늘(15일) 오전 8시 10분 에어서울 RS902편을 타고 제주에서 서울로 갈 예정이었던 탑승객 김대일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놀랐다기보다는 그냥 어이가 없다"며 허탈함을 드러냈습니다.

김 씨가 탄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유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활주로에 진입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한 여성 승객이 갑자기 일어나 비행기 앞쪽으로 달려가더니, 출입문 우측 탈출용 비상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승무원들이 얼른 제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탑승객 이경우 씨는 좀 더 가까이에서 이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이 씨는 "(여성분이) 통화했던 것 같다. (이후에) 갑자기 욕하면서 일어나 조종석 쪽으로 가서 문을 갑자기 확 열어버리고, 문이 열렸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했습니다.

일부 승객은 비명을 지르기도 하는 등 불안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약 떠 있을 때 문이 열렸으면 큰일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씨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비상 탈출 슬라이드까지 펼쳐진 비행기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사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토잉카(비행기 견인차)에 이끌리어 겨우 유도로 밖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서울로 갈 예정이었던 탑승객 200여 명이 6시간가량 제주에 발이 묶였다가, 항공기 안전 점검을 마치고 나서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또 이날 에어서울이 운항하는 제주-서울 연결편도 모두 결항해, 항공기를 이용할 예정이던 수백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탑승객 김대일 씨는 엉킨 항공 스케줄 탓에 난감해하며, 서둘러 제주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새로 예매했습니다.

김 씨는 "옆자리에 어르신들도 병원 예약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계셨다"며 "대체 항공기가 있는지, 다른 편으로 갈아타야 하는지, 항공권 예매를 해야 하는 건지 다들 궁금해했다"며 혼란스러웠던 기내 상황을 전했습니다.

1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에어서울 RS902편이 이륙을 위해 주활주로로 진입하던 중 비상구 문이 열리고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져 있다. 시청자 제공

사고기 탑승객 김정온 씨도 "오전 8시 출발인데, 10시가 되어서 내렸다"며 "어떻게 하라는 조치도 없고, 다음 비행편은 금액이 2~3배가 비싸고, 중요한 일정이 다 깨졌다. 이런 거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기내에서 비상구를 여는 소란을 벌인 30대 여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이 승객은 "폐소공포증이 있다. 답답해서 문을 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공항경찰대 등은 합동 조사에서 대테러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1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에어서울 RS902편 기내 비상구를 열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관계자들이 해당 승객을 연행하고 있다. 시청자 제공

비행기 탑승객이 비상구를 여는 등 난동을 부리는 일은 해마다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도 제주공항 내 이륙을 앞둔 항공기에서 승객이 비상구 손잡이를 건드리는 소동을 빚어 출발이 1시간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외국인 승객이 승무원을 위협하고, 비상구에 접근하면서 승무원 등에 의해 기내에서 제압당한 후 경찰에 인계된 바 있습니다.

앞서 2023년 5월에는 승객 194명이 탑승한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착륙 직전 승객이 비상문을 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승객은 항소심에서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취재기자 고민주 민소영

1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에어서울 RS902편이 이륙을 위해 주활주로로 진입하던 중 비상구 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기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시청자 제공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163 ‘윤 어게인’ 신당 창당...윤석열 변호인단 “청년 중심” 랭크뉴스 2025.04.17
45162 [단독]법원 “가세연 ‘쯔양 폭로’ 유튜브 영상 삭제하라”···쯔양 측 가처분 인용 랭크뉴스 2025.04.17
45161 [속보] 반도체특별법·은행법·가맹사업법 패스트트랙 지정…민주당 주도 가결 랭크뉴스 2025.04.17
45160 '손목 꽉' 권성동에 野 "경악"‥국힘 대변인 해명은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5.04.17
45159 ‘내란 특검법’·‘명태균 특검법’ 본회의 재투표 부결…자동폐기 랭크뉴스 2025.04.17
45158 “트럼프 관세, 여성한테 더 타격?”…'핑크 관세'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17
45157 미·일 협상 관전포인트…속도, 요구사항, 품목관세 랭크뉴스 2025.04.17
45156 [단독] '불법도박' 개그맨 이진호, 檢 송치…BTS 지민 등에 23억 빌려 랭크뉴스 2025.04.17
45155 "의대생 돌아갈 때" 선배 의사에…박단 "정치권 기웃거린 자" 직격 랭크뉴스 2025.04.17
45154 문형배 "정치권에 통합을 호소해보자는 게 탄핵 선고문의 전부" 랭크뉴스 2025.04.17
45153 교사 얼굴에 똥기저귀 비빈 엄마…"기회 달라" 실형에 울부짖었다 랭크뉴스 2025.04.17
45152 1분기 호실적에도 웃지만은 못하는 TSMC···“관세 위험 존재” 랭크뉴스 2025.04.17
45151 "실업급여 가장 많이 받은 사람, 20회 걸쳐 1억 가까이 받았다" 랭크뉴스 2025.04.17
45150 감사원 “문재인 정부, 집값 통계 102차례 왜곡 지시” 랭크뉴스 2025.04.17
45149 국민의힘 경선 토론 '죽음의 조' 완성… 나경원 한동훈 홍준표 맞대결 랭크뉴스 2025.04.17
45148 문다혜, 음주운전·불법숙박업 1심…벌금 1500만원 랭크뉴스 2025.04.17
45147 '내란 특검법·명태균 특검법' 국회 재표결서 부결‥법안 폐기 랭크뉴스 2025.04.17
45146 의대 모집인원 '3058명'에 복지부 "안타깝다"… 환자·시민단체 "대국민 사기극" 랭크뉴스 2025.04.17
45145 ‘81세’ 장영자, 또 사기로 징역 1년형···5번째 실형, 총 34년 복역 운명 랭크뉴스 2025.04.17
45144 나경원·한동훈·홍준표 ‘죽음의 조’…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 조편성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