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이폰 관세 예외 여지도 내비쳐
가격 인상 우려에 현실과 타협
"관세 정책 불확실성, 신뢰 손상"
'내주 협상 개시' 한국에도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대학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오하이오주립대 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모든 차량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일시 유예할 수도 있음을 14일(현지시간) 시사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유연한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로 전날 "누구도 봐주지 않겠다"며 관세 강행 의지를 재확인해 놓고선 언제 그랬냐는 듯 예외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그의 관세 정책이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기업과 시장, 교역국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기업엔 유연성" 예외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자동차 회사들)에게는 생산 시설을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에서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며 "그래서 관련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내 생산 계획이 확정된 기업 등에는 한시적으로 관세를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이 관세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도 "어쩌면 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전날 반도체 관세의 내용을 곧 발표하겠다면서 "일부 기업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애플에 대한 예외를 검토 중임을 우회적으로 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관세 부과를 위해 반도체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이날 개시했다.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이 판단을 근거로 반도체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후퇴 합리화하는 마법의 단어, '유연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25%의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면서 "영구적인 조치"라고 표현했다. 그랬던 그가 관세 납부 대상자들을 배려하는 조치를 예고한 것은 사실상 정책 후퇴다. 그는 지난 9일에도 국가별로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그날 바로 90일 간 유예(중국 제외)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시설 미비 등의 문제로 미국산 확대가 단기간 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다고 계속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차량과 전자제품 값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하자 트럼프도 결국 현실과 타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후퇴를 '유연함'이라는 말로 합리화했다. 양보나 포기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그는 이날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면서 "때로는 여러분도 벽을 돌아가거나 밑으로 가거나 위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유연함이 오히려 그의 최종 목표에 대한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노던트러스트의 수석 경제분석가 칼 태넌바움은 "(관세 혼란에 여러 번 놀라) 목 보호대를 착용해야 할 정도"라며 "소비자, 기업, 시장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상태일 수 있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2019년 3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인력정책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한국 등에 "최고의 제안 가져와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관세 협상을 앞둔 교역 상대국들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한 미국의 요구를 너무 많이 수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용만 당할 수도 있고, 이미 합의한 내용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내주 미국과의 협상을 개시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과 협상했고, 16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 협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6일 협상에 들어가는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관세 협상을 빠르게 매듭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국과의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 베선트 장관은 "상대 국가들에 최선의 제안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가장 중요한 파트너국들과는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고, 해당 국가들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907 음주운전·불법숙박업 혐의 문다혜씨 오늘 1심 선고 랭크뉴스 2025.04.17
44906 “한화, 삼성 다 막혔는데 여긴 왜?” 이재명 테마株 속전속결 유증심사 통과 논란 랭크뉴스 2025.04.17
44905 파월 "관세로 물가 오르고 성장 둔화…정책목표 달성 힘들 수도" 랭크뉴스 2025.04.17
44904 대전협 박단 “결국 정부가 해결해야···필수의료 동료들 돌아갈 환경 조성이 중요” 랭크뉴스 2025.04.17
44903 불출마 뒤 몸값 뛰는 오세훈… 국힘 경선 주자들 문전성시 랭크뉴스 2025.04.17
44902 국가성평등지수 65.4점…양성평등의식 약화에 첫 '후퇴' 랭크뉴스 2025.04.17
44901 윤석열 11%? 40%? 여론조사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제대로 보는 법 총정리 랭크뉴스 2025.04.17
44900 "반수 제한" 초강수 전국 로스쿨…'두자릿수 성장' 사교육은 급팽창 랭크뉴스 2025.04.17
44899 [단독] 인구 비슷한 TK와 호남, 경선 반영은 3배 차이... 국민의힘 여론조사 왜곡? 랭크뉴스 2025.04.17
44898 처자식 죽이고도 집유? 살인피해자의 31%인데 가중처벌 없다 랭크뉴스 2025.04.17
44897 홈플러스·발란·JDX 다음은 누구…기업들 돈줄이 말라붙었다 [돈줄 가뭄] 랭크뉴스 2025.04.17
44896 [이슈 In] '11年 담배소송' 항소심 내달 마지막 변론…누구 손 들어줄까 랭크뉴스 2025.04.17
44895 수업 도중 “싱싱할 때 애 낳아라”…서울시교육청, 성희롱 교사 징계 요구 랭크뉴스 2025.04.17
44894 [오늘의 운세] 4월 17일 목요일 랭크뉴스 2025.04.17
44893 이준석 "계엄 옹호세력과 빅텐트? 이재명 막는데 비효율"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②] 랭크뉴스 2025.04.17
44892 '돈세탁 실형' 페루 前대통령 부인 망명…도피 논란 랭크뉴스 2025.04.17
44891 트럼프, 일본과 관세·방위비 패키지딜 시사…내주 한국에도 꺼내나 랭크뉴스 2025.04.17
44890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오늘 발표…증원 前 '3천58명' 유력 랭크뉴스 2025.04.17
44889 [사설]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 정지… 한 대행, 국정 안정에 힘쓰길 랭크뉴스 2025.04.17
44888 커져가는 싱크홀 불안에 …서울시, 지하 조사 장비 추가로 들인다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