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제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다음주 한국과 속도감 있는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과 우선적으로 ‘원스톱 쇼핑’ 방식의 합의를 도출해 관세 맞불 조치로 인한 긴장이 고조된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까지 두 달 남짓 남은 권한대행 체제 하의 한국 정부 대응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언급했다.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면서다.
베선트는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없앨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나는 국가들에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오라고 한다. 무엇을 들고 왔는지 보고 거기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무역은 물론 방위비, 군사 지원 등 안보 사안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다루겠다고 한 상황에서 각국에 협상안을 내도록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대외 메신저이자 주요국과의 협상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가 자신의 최우선 목표에 한국,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개국이 포함됐으며, 당국자들을 접촉해왔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가까운 동맹·파트너와 관세 합의를 먼저 타결해 관세 정책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와 한·미·일 등 중국 견제가 초점인 미국 주도 소다자 협의체에 속한 나라들이 모두 협상 우선순위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베선트도 최근 동맹들과의 합의 도출을 강조하며 “그들은 좋은 군사동맹이었지만 완벽한 경제동맹은 아니었다. 그 다음에 우리는 그룹으로 중국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동맹들도 고율 관세 부과 등을 통해 공조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와 본격적인 대미 협상에 나서게 되는 한국 정부는 특히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르면 다음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해 한·미 고위급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상호관세 25%는 90일 간 유예됐지만 10% 기본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미 부과된 철강과 자동차에 더해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에 대한 관세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는 무역수지 개선과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제안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조선·에너지 협력과 안보 기여 확대 방안까지 아우르는 협상 패키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정부가 대행체제인데다 불과 두 달 후 대선이 실시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협상력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