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낮 12시 51분, 규모 7.7의 강진이 미얀마를 덮쳤습니다.
진앙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서남쪽 33km였습니다.
그로부터 2주, '뉴스 홍수' 속에 미얀마 강진 소식은 한국에서 조금씩 잊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지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당시 만달레이로 급파됐던 KBS 취재진이 방송에 다 담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과 현재 상황을 전합니다.
"조금 전 제법 강한 여진이 있었네요. 규모 5.5라, 이걸 여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진앙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서남쪽 33km였습니다.
그로부터 2주, '뉴스 홍수' 속에 미얀마 강진 소식은 한국에서 조금씩 잊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지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당시 만달레이로 급파됐던 KBS 취재진이 방송에 다 담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과 현재 상황을 전합니다.
지난 13일 아침, 만달레이 한인회장 조성현 씨는 "여전히 하루 한두 번은 진동이 느껴진다"며 여진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날 여진은 미얀마 만달레이 남쪽 약 100km 지점에서 발생했지만, 여파는 만달레이에도 있었습니다.
만달레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오광호 씨 (영사협력원)은 "지진 피해를 막 수습 중이던 건물들이 또 무너졌다"고 전했습니다. 오 씨의 식당은 한국 교민들을 위한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진의 여파로 이웃들이 이사를 하자, 오 씨도 피신을 고려하게 됐습니다.
그 사이 비도 많이 내렸습니다. 물이 스며든 건물은 균열이 더 커졌습니다. 악취가 심해진 만큼 복구작업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 "최종 목적은 양곤까지 안전하게 간다"…떠난 교민들
일부 교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달레이에 갔던 지난 3일, 동이 트기 전 새벽 5시. 만달레이 한국 식당에 교민들이 모였습니다. 지진 피해가 거의 없는 양곤으로 이동하기 위해섭니다. 열 시간 넘는 여정을 준비하며 주방에선 손수 김밥을 말았습니다. 짐은 세 대의 승합차에 실렸습니다.
인솔은 주미얀마대사관의 이진형 영사가 맡았습니다. 20여 명의 최종 인원 확인을 마치고, 안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남아야 하는 이들과 떠나는 이들이 서로 포옹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태극기를 매단 차량이 만달레이를 빠져나갔습니다. 이날 오후, 교민들은 안전하게 양곤에 도착했습니다.
교민들과 인사 나누는 오광호 영사협력원(왼쪽)과 이진형 영사(오른쪽)
태극기를 붙인 차량이 만달레이에서 출발하는 모습
■ "여진이 제일 무서워"…후유증은 현재 진행형
"지진이 날 당시에는 탈출에 급급해 몰랐는데, 돌아와서 보니 건물 곳곳에 균열이 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교민 김경태 씨의 집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건물 외벽은 물론, 안쪽 곳곳에도 금이 갔습니다. 김 씨 가족은 만달레이에 10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비가 오면 균열이 더 심해지고 물이 샐까 봐 두렵다"고 합니다. 가장 무서운 건 언제 올지 모를 여진입니다. 김 씨는 "집 앞 도로에 차가 다녀서 흔들릴 때마다 지진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김경태 씨
■ '강진' 왔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들
한인회는 만달레이에 우리 교민 70여 명이 있었던 걸로 파악했습니다. 지진 이후 떠난 이들도 있지만, 50여 명의 교민은 여전히 만달레이에 남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만달레이 거주 16년차인 조성현 회장은 "사업하는 교민들은 결국 여기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미얀마 교민들은 코로나19와 군사쿠데타까지 겪으면서 위기에 내성이 생긴 것 같다"며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났던 한 사업가 교민도 가족들만 양곤으로 대피시켰습니다. "현지인들과 함께 살며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한 순간에 버리고 떠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최대 명절 시작됐지만…"국제사회 관심 필요"
5.5의 지진이 찾아온 지난 13일은 미얀마 최대 명절인 '띤잔'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띤잔 기간에는 거리 곳곳에서 물놀이가 열리는데, 불운을 씻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의 전통 행사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진 여파로 축제 분위기를 즐기긴 어렵습니다. 대신 복구 작업과 추모·자선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영사협력원 오광호 씨 역시 함께 살아온 이웃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식당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만들고, 물과 구호품 등을 이재민들에게 나눴습니다. 오 씨는 이제부터가 정말 힘들 거라고 말합니다. "처음 지진이 났을 때는 구조대와 구호품도 많이 들어왔지만, 점점 뜸해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이재민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만드는 한식당 직원들 (제공: 오광호 영사협력원)
만달레이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나눠주는 모습 (제공: 오광호 영사협력원)
촬영기자: 심규일 조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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