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텅 빈 졸업앨범 이미지. 챗GPT
경기도 여주의 A초등학교엔 내년 2월에 졸업하는 6학년 학생 100여명이 재학 중이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 학부모는 물론 학생 상당수가 디지털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사진 촬영을 원치 않았다”며 "1960년대에 개교한 뒤 처음으로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 해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대개 4월은 각 학교들이 졸업앨범을 위한 사진 촬영으로 분주할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앨범 제작을 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늘면서 졸업생·교직원의 사진이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구매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인데, 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은 졸업앨범 제작 여부를 놓고 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을 묻는다. 대전의 B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앨범 수요조사에 ‘딥페이크 범죄 발생 시 학교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을 포함했다.

학교 관계자는 “악용 우려로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을 넣지 않고 있는데, 학생 사진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커져 이를 안내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C중학교 교사는 “졸업앨범은 학생의 70~80% 이상이 동의해야 제작되는데, 최근 절반도 안 돼 조사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사 67% “졸업앨범 제작 중단해야”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지난해 딥페이크 피해 사례 중 절반 가량(640건, 46.2%)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연 기자
이처럼 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을 망설이는 이유는 졸업 사진 등이 딥페이크에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2023년 423건에서 2024년 1384건으로 3.3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10대 피해자가 절반에 가깝다(46.3%, 640건). 박성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초등학생 대상 합성 피해도 다수 접수된다”고 전했다.

교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원총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93.1%(3294명)가 졸업앨범 수록 사진이 딥페이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졸업앨범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답한 교사가 67.2%(2378명)에 달했다.



전교생 대신 학급만 “추억 공유도 새롭게”
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초등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부모는 “최근 졸업앨범엔 담임교사 사진도, 친구 연락처도 없다고 해 씁쓸했는데, 이제 아예 제작까지 안 한다고 하면 나중에 추억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한 고교생 학부모는 “자녀 사진이 유포될까 걱정인데 아직도 아이 학교는 전원 촬영, 구매해야 한다”며 “원하는 학생만 사진이 실리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 학교들은 전교생이 나오는 인쇄본 대신 학급 단위의 디지털 앨범이나 개인 기념사진만 제공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요즘 학생들은 졸업앨범 대신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제안하고 있다”며 “추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춰 다른 형태로 기록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520 “건보료 더 냈다고?” 주인 못찾은 환급금 무려 327억 랭크뉴스 2025.04.16
44519 “5시간 체류·장관이 직접 운전”…비밀리에 성사된 시리아 수교 전말 랭크뉴스 2025.04.16
44518 [속보] 경찰, 대통령실·공관촌 압수수색‥비화폰 서버·집무실 CCTV 확보 시도 랭크뉴스 2025.04.16
44517 [속보] 경찰, 대통령실·한남동 공관촌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5.04.16
44516 [속보] 경찰 “윤 전 대통령·김성훈 차장·이상민 전 장관 관련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5.04.16
44515 안철수 "당, 민심과 멀어져‥수혈 아닌 반성과 혁신 필요" 랭크뉴스 2025.04.16
44514 [속보] 홍콩, 美 소액소포 면세 폐지 반발…“미국행 우편접수 중단” 랭크뉴스 2025.04.16
44513 이재명, 세월호 11주기 추모‥"어떤 이익도 안전·생명 못 앞서" 랭크뉴스 2025.04.16
44512 경찰, 대통령실·한남동 공관촌 압수수색…체포저지 관련 랭크뉴스 2025.04.16
44511 3년 지나면 327억 사라진다…내 건보료 환급금 확인하는 법 랭크뉴스 2025.04.16
44510 트럼프 ‘관세 폭탄’ 혼돈의 장세에서 월스트리트는 웃었다 랭크뉴스 2025.04.16
44509 “역시 이자 장사가 최고” 은행권 중심 금융지주 순이익 역대 최고 기록 랭크뉴스 2025.04.16
44508 美, 엔비디아 ‘H20 칩 中 수출’ 제한 통보… “1분기 7.8조원 가량 손실” 랭크뉴스 2025.04.16
44507 [단독] '고성국TV' '뉴스공장' 편 가르기 여론조사 뚝딱…극단의 진영 스피커 ‘유튜브’ 랭크뉴스 2025.04.16
44506 李, 세월호 11주기에 "열한번째 봄, 국민안전 국가책임 바로세워야" 랭크뉴스 2025.04.16
44505 [단독]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아동센터 20대 남자 직원 입건 랭크뉴스 2025.04.16
44504 또 고개 숙인 백종원 "다 바꾸겠다... 위생관리 등 전면 쇄신" 랭크뉴스 2025.04.16
44503 “망언이라더니” 국힘 ‘주 4.5일제’ 꺼내자 소환된 ‘이 책’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4.16
44502 딥시크에 쓰인 ‘엔비디아 H20 칩’ 중국에 수출 제한 랭크뉴스 2025.04.16
44501 [속보] "최상목, 내주 방미…美재무장관, 통상현안 회의 제안" 랭크뉴스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