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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들꽃, 로마영화제 배우상 수상
중학교 2학년 때 연기에 빠져서 한 길
연기 반대 아버지가 등본 말소하기도
10년 공백… “다음엔 뭘 하게 될지 궁금”
김금순은 "어떤 배역이든 늘 사랑하고 잘 파악해 대중에게 전하려 한다"며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약 유통 조직이 있다. 험악하고 덩치 큰 사내들을 이끄는 이의 이름은 김학남. 얼굴 어딘가에 흉터 하나쯤 있음 직한 남자를 떠올릴 만하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우두머리다. 날카로운 눈빛과 거친 말투만으로 통념을 무너뜨린다. 마약을 소재로 한 범죄 영화 ‘야당’(16일 개봉)에서 배우 김금순(52)은 그렇게 주요 축 하나를 담당한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최근 시청자들 눈을 사로잡은 그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야당’은 그의 최신작이다.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김금순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악행을 마다 않는 졸부 제니 엄마를 연기하며 시청자들 눈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제공


김학남은 원래 남자였다. 캐스팅 담당 스태프는 다른 역 제안을 받은 김금순에게 김학남 대사까지 한번 해달라고 요청했다. 황병국 감독은 김금순의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보고 김학남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었다. “여자 마약 두목이 실제로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도 한 파격 캐스팅이었다.

김금순은 황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마약 형사와 경찰 끄나풀, 검사 등이 생존 싸움을 벌이는 살벌한 범죄물에 김학남의 존재감을 뚜렷이 새긴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금명(아이유)에게 대입 대리시험을 종용하는 제니 엄마와는 결이 또 다른 생활 속 악인으로 말이다. 김금순은 “감독님이 김학남을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해냈다”며 “마약에 절어 있는 게 아닌 평범한 아줌마로 보일 수 있어 좋았다”고 돌아봤다.

김금순은 독립영화 '울산의 별'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로운 형제 제공


김금순은 2, 3년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조선소에서 해고된 여성 노동자를 연기한 ‘울산의 별’(2024)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중년 여성 역할을 맡은 ‘정순’(2024)으로는 로마국제영화제 여자배우상,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과를 슬쩍 뻐길 만도 한데 그는 “작품이 잘 만들어져서” “운이 좋아서” “(배우들과) 하모니가 잘 나와서”라며 “부끄럽다”고 했다.

2012년 재개한 연기로 ‘우뚝’

김금순은 영화 '중순'에서 사랑의 순수성을 믿다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50대 여성을 연기했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김금순은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시간에 ‘작은 아씨들’ 연극을 하며” 연기에 눈을 떴다. “이게 뭐지 하며 빠져들은” 연기는 고등학교 연극반으로 이어졌고, 고교 졸업 후 경남 진주시 극단현장, 서울 현대극단, 부산 연희단거리패 활동으로 지속됐다. “집에 TV를 두지 않던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했다. 주민등록등본에서 20대 초반 딸을 말소시킬 정도였다. 김금순은 “해외 공연을 위해 여권 발급을 하려다 말소를 알게 됐다”며 “아버지는 딸이 교사가 돼 안락하게 살길 바라셨다”고 돌아봤다.

15년가량 거침없이 내달리던 연기 인생은 2002년 결혼과 더불어 멈췄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0년 생활하며 자연스레 연기 경력이 단절됐다. 김금순은 ‘잃어버린 10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설거지하고 요리하던 일상적인 생활이 연기에 자연스레 반영됐다”며 “경력 단절이 아닌 자양분이 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2012년 연기를 재개했다. “변장하고 딸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니는 엄마” 역할이었다. 역할이 잇달았다. 계산원(‘카트’)과 목포검사부인(‘더 킹’), 전단지 여자(‘조작된 도시’), 주막 주인(‘명당’), 제천 무당(‘사바하’) 등 보통명사에 가깝던 배역 이름은 ‘달이 지는 밤’(2020)의 해숙을 거치며 고유명사로 바뀌어갔다. 김금순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폭싹 속았수다’ 공개 이후에는 “뮤지컬 같이 하고 30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됐던 선배 언니에게 전화가 올 정도”로 인지도가 달라졌다.

김금순은 영화 '야당'에서는 마약 유통 조직 우두머리 김학남을 연기하며 생활형 악인의 면모를 그려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비결은 딱히 없다. 김금순은 “출연 제안 들어오면 매번 감사하게 생각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충실하게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없으면 아르바이트하고 그러다 또 연기하고 그런 삶을 그냥 살다 좋은 작품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이미 촬영했거나 출연이 확정된 영화와 드라마만 5편이다. 김금순은 “너무 행복하다”며 또 다른 ‘김금순’의 등장을 예고하고 바랐다. “연극하시는 분들이나 잘 안 보이나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이 대중 눈에 띄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래야 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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