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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등 의원들이 심판정에 들어서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홍표 | 50대·서울 구로구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과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두번째로 인용된 역사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중대한 결정을 맞이한 이후의 정치적 풍경은, 그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고 심각하게 불균형적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1호 당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며, 그의 국정 운영은 해당 정당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당으로서 존립 중이며, 오는 6월3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내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당 체계, 나아가 헌재의 정당 해산 기준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게 만든다. 과연, 위헌 행위가 ‘정황상 의심’되었던 정당은 해산되고, 실제로 ‘헌재의 판단에 의해 위헌이 확정된’ 당원과 함께 움직인 정당은 왜 해산되지 않는가?

2014년, 헌재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인용했다. 명시적 이유는 ‘해당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실질적 목적을 가진다’라는 것이었다. 주된 근거는 일부 당원의 발언, 북한 체제에 대한 우호적 인식, 그리고 내란 선동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의 존재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당 전체가 실제로 헌법을 파괴하려는 목적이나 조직적 행동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위헌성과 실질적 위협 가능성만으로 정당 해산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으로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헌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시되었다. 그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국민의힘은 그와의 연결성을 부인하기 어렵고, 다수 당직자들은 파면 이후에도 탄핵 결정에 반발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헌법을 위반한 최고 권력자와 그를 뒷받침한 정치 조직,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연대 이상의, 하나의 통치 공동체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해산 논의는커녕, 정치권과 정부 어디에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헌법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흔적이 없다. 이는 통합진보당과 비교할 때 정치적, 법적 형평성의 뚜렷한 상실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한 정당에게는 적용되고, 다른 정당에게는 전혀 검토조차 되지 않는다면, 이는 법의 형평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 여부는 단순히 그 당의 존립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실제 위협에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헌재가 제시했던 ‘명백하고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기준은 지금 이 순간, 윤 전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정치 세력에게도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다양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 어떤 자유도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데 쓸 수는 없다. 정치적 성향이나 당의 규모, 사회적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헌정 질서를 파괴한 세력에 대해서는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정당은 없어야 한다. 만약 지금 이 현실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의 이름으로 또다시 정치적 정의를 잃게 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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