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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 123일간 땀흘린 미화원들

“청소 경력 22년 동안 가장 힘들어
3주간 하루도 못쉬고 연속 근무도
고맙다 인사한 분들 덕분에 보람”
서울 종로구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놓인 화환들을 청소차로 옮기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집회가 끝난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청소차로 옮기는 모습. 종로구 제공

이강명(54) 서울 종로구 미화반장에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4개월은 22년 청소 인생에서 가장 고된 시간이었다. 헌법재판소 주변과 광화문 일대에 시위대가 머물렀던 자리에는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베테랑인 이 반장에게도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 반장은 14일 “탄핵 선고일 직전 3주간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21일을 연달아 일했다”며 “한겨울에도 속옷이 다 젖을 만큼 땀 흘려 일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까지 서울 도심에서 계속된 탄핵 찬반 집회에는 늘 광장을 깨끗하게 복원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이 반장과 함께 근무하는 박재균(46)씨는 “매주 토요일 대형 집회가 있다 보니 금요일마다 ‘내일(토요일)은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동료들과 걱정했다”며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면 바로 투입돼야 해서 4개월간은 근무시간 중에도 제대로 된 휴식은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반장 역시 “매일 ‘언제 끝나나’ 하며 한숨만 내쉬었다”며 “탄핵심판 선고일이 발표된 날엔 속으로 많이 울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대규모 시위가 끝난 뒤에는 매번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각종 손팻말과 과자 상자, 무대철거에 사용된 케이블 타이가 쓰레기로 변해 쌓여 있었다. 이 반장은 “최근 촛불집회에서 응원봉 문화로 바뀌고, 주최 측에서 쓰레기를 정리해 한 곳에 모아놓는 문화로 정착돼 예전보다 편해진 건 있다”면서도 “푸드트럭 등에서 나온 쓰레기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종로구는 장기화한 시위에 대응해 환경미화원 투입 인력을 늘렸다. 올해 월별로 보면 56명(1월), 104명(2월), 130명(3월), 144명(4월)의 환경미화원을 투입해 매달 44t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탄핵 선고일인 지난 4일엔 헌재 앞에 놓인 1200여개의 화환 등을 처리하느라 26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매주 열리던 광화문 대형 집회에선 하루에 10~15t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힘든 일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 도움이 컸다면서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했다. 이 반장은 “미화원은 모두 시민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관광객과 시민이 새벽 동틀 때 ‘깨끗하다’는 얘기를 할 때 가슴이 벅차 힘들었던 게 다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몇몇 시민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거나, 같이 쓰레기를 치워주실 때 가장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도 “시민과 관광객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묵묵히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가 연일 열렸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의 땀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지난 1월 발생한 120t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환경미화원 471명과 청소차 96대가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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