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국민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평화적 계엄을 선포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야당, 수사기관, 군경 수뇌부에게 전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후에도 자기 과오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어제 윤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국회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사건임에도, 내란이라고 한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런 변명은 다수 군경 수뇌부가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오히려 그는 “(군경 관계자 진술은) 수사기관이 유도한 것”이라며 기소 책임을 검찰과 군경 측에 떠넘겼다.
계엄 경위를 두고는 당시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줄탄핵'을 설명하며 분에 이기지 못한 듯 "감사원장을 헌재에 세우는 것을 보고 아주 갈 데까지 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탓’은 계엄 다음 날 삼청동 안가 모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방첩사령부) 베테랑 수사관을 쫓아낸 탓에 군사정보가 유출에 취약했다”며 “그 모임도 그런 (것을 논의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해 파면을 인용한 상황임에도, 정작 이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가 뻔뻔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군인·경찰관·공직자가 고통과 수모를 당하고 재판까지 받고 있다. 극심한 국론 분열, 경제적 손실, 추락한 대외 신인도로 인한 국가 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런 모습은 자신을 믿고 표를 준 지지자들, 자신을 따른 부하들, 권한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반 행위다. 또 헌재의 파면 선고가 매우 적절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태도를 유무죄 판단 및 양형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또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 전례와 달리 윤 전 대통령 공판에서 영상·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공정성 시비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역사적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