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15개 양자컴퓨팅 기업 선정
3단계 검증 통해 파급력 큰 기술 선별
양자컴퓨팅 리더 선별 통해 우위 확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북미와 유럽, 호주의 양자컴퓨팅 개발회사 15개를 양자벤치마킹이니셔티브(QBI) 1단계에 참여할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계획은 2033년까지 실용화 가능성이 큰 양자컴퓨터와 적용 분야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군이 양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개에 이르는 양자컴퓨팅 기업 가운데 10년 내 실용화될 가능성이 큰 유망 기업과 기술을 선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인 회사는 6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각각 구현 방식과 개발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백가쟁명’, ‘군웅할거’의 시대나 다름 없다. 어떤 회사가 산업과 경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만 해도 지난 2월 “오류에 매우 강한 위상 큐비트(qbit)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학계에선 이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기업의 기술과 개발 계획을 비교해 계산 가치가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파급력이 큰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 여러 양자컴퓨팅 기업 가운데 가장 유용한 방식을 개발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단계에 선정된 기업은 IBM과 휴렛팩커드(HP)와 같은 거대 컴퓨팅 기업부터 콜로라도의 퀀티넘, 메릴랜드의 아이온큐와 캘리포니아의 리게티컴퓨팅,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둔 노드퀀티크, 토론토의 자나두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하다. 모두 양자 컴퓨터의 핵심 구성 요소인 양자비트, 즉 큐비트를 구현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르파는 조만간 3개 기업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조 알테피터 다르파 QBI 프로그램 매니저는 “미국의 양자컴퓨팅 전문가들이 각 기업이 작성한 문건과 하루 종일 구두 발표를 보고 이번에 첫 단계에 참여할 기업들을 선정했다”며 “선정된 기업들은 제안된 개념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앞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파의 검증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각 단계를 거치며 2033년까지 제작 비용을 초과하는 계산 결과를 낼 양자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회사를 차례로 제외한다. 검증 과정에는 미국의 주요 국립연구소와 대학에서 뽑은 전문가 30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물리학과 공학적 측면에서 실패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6개월간 진행되는 첫 단계에선 각 회사는 자사 컴퓨팅 시스템의 재료와 물리학적 배경, 기술과 공급망, 인재 채용과 관련한 계획을 담은 질문 목록 60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기업들은 기술의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 이 개념이 타당하며 10년 내 혁신적인 양자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기업은 1년간 진행되는 B단계로 진출하는데 여기서는 회사가 일정에 맞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C단계에서는 독립된 검증팀이 각 회사의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에 들어간다. 각 회사가 기존 양자컴퓨터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기준과는 다른 엄격한 기준을 사용한다. 양자컴퓨팅으로 전환했을 때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명확히 넘어선 경우를 성공으로 판별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다르파와 기술의 세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은 향후 양자컴퓨팅 제조사로서 신뢰도를 얻고 성장의 발판을 확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줄리앙 카미랑 르 미르 노르드콴티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 구상에 참여한 것은 회사 기술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팅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프로그램이 미 국방부가 양자컴퓨팅을 매우 진지한 태도로 보고 있음을 나타내는 확실한 신호로 평가한다. 중국과의 양자 과학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자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실현할 방식으로 초전도와 이온트랩, 광자, 중성원자, 스핀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고 있다. 정책가들과 과학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기술 가운데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기술을 선택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르파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사이퀀텀이 QIB 프로그램에 앞서 진행된 시범 프로그램(US2QC)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도 QBI처럼 산업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팅 기술의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군이 주도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의 ‘옥석 가리기‘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적용할 분야에 대한 과학계 합의 부족, 수많은 경쟁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엄밀한 평가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도 넘어야 할 산이 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분석회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핵심부품 비용이 상승하고 시장 변동성과 국제 협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서 양자컴퓨팅의 발전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상당수는 지금도 중국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조달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생산 비용 증가와 조달 지연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양자 하드웨어 제조비가 오르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국제 파트너십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나온다.
알테피터 매니저는 “이 계획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혁신적이고 결함을 극복할 양자컴퓨터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드마르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는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QBI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그 후속으로 개발될 양자컴퓨터는 첨단 소재부터 새 합성 촉매까지 여러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ARPA QBI(2025), https://www.darpa.mil/news/2025/companies-targeting-quantum-computers
3단계 검증 통해 파급력 큰 기술 선별
양자컴퓨팅 리더 선별 통해 우위 확보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퀀티넘의 제어실. /퀀티넘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북미와 유럽, 호주의 양자컴퓨팅 개발회사 15개를 양자벤치마킹이니셔티브(QBI) 1단계에 참여할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계획은 2033년까지 실용화 가능성이 큰 양자컴퓨터와 적용 분야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군이 양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개에 이르는 양자컴퓨팅 기업 가운데 10년 내 실용화될 가능성이 큰 유망 기업과 기술을 선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인 회사는 6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각각 구현 방식과 개발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백가쟁명’, ‘군웅할거’의 시대나 다름 없다. 어떤 회사가 산업과 경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만 해도 지난 2월 “오류에 매우 강한 위상 큐비트(qbit)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학계에선 이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기업의 기술과 개발 계획을 비교해 계산 가치가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파급력이 큰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 여러 양자컴퓨팅 기업 가운데 가장 유용한 방식을 개발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단계에 선정된 기업은 IBM과 휴렛팩커드(HP)와 같은 거대 컴퓨팅 기업부터 콜로라도의 퀀티넘, 메릴랜드의 아이온큐와 캘리포니아의 리게티컴퓨팅,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둔 노드퀀티크, 토론토의 자나두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하다. 모두 양자 컴퓨터의 핵심 구성 요소인 양자비트, 즉 큐비트를 구현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르파는 조만간 3개 기업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조 알테피터 다르파 QBI 프로그램 매니저는 “미국의 양자컴퓨팅 전문가들이 각 기업이 작성한 문건과 하루 종일 구두 발표를 보고 이번에 첫 단계에 참여할 기업들을 선정했다”며 “선정된 기업들은 제안된 개념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앞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파의 검증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각 단계를 거치며 2033년까지 제작 비용을 초과하는 계산 결과를 낼 양자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회사를 차례로 제외한다. 검증 과정에는 미국의 주요 국립연구소와 대학에서 뽑은 전문가 30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물리학과 공학적 측면에서 실패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6개월간 진행되는 첫 단계에선 각 회사는 자사 컴퓨팅 시스템의 재료와 물리학적 배경, 기술과 공급망, 인재 채용과 관련한 계획을 담은 질문 목록 60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기업들은 기술의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 이 개념이 타당하며 10년 내 혁신적인 양자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기업은 1년간 진행되는 B단계로 진출하는데 여기서는 회사가 일정에 맞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C단계에서는 독립된 검증팀이 각 회사의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에 들어간다. 각 회사가 기존 양자컴퓨터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기준과는 다른 엄격한 기준을 사용한다. 양자컴퓨팅으로 전환했을 때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명확히 넘어선 경우를 성공으로 판별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다르파와 기술의 세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은 향후 양자컴퓨팅 제조사로서 신뢰도를 얻고 성장의 발판을 확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줄리앙 카미랑 르 미르 노르드콴티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 구상에 참여한 것은 회사 기술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팅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양자컴퓨팅 칩 마요라나1(Majorana 1). /로이터 뉴스1
업계에선 이 프로그램이 미 국방부가 양자컴퓨팅을 매우 진지한 태도로 보고 있음을 나타내는 확실한 신호로 평가한다. 중국과의 양자 과학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자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실현할 방식으로 초전도와 이온트랩, 광자, 중성원자, 스핀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고 있다. 정책가들과 과학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기술 가운데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기술을 선택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르파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사이퀀텀이 QIB 프로그램에 앞서 진행된 시범 프로그램(US2QC)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도 QBI처럼 산업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팅 기술의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군이 주도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의 ‘옥석 가리기‘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적용할 분야에 대한 과학계 합의 부족, 수많은 경쟁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엄밀한 평가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도 넘어야 할 산이 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분석회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핵심부품 비용이 상승하고 시장 변동성과 국제 협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서 양자컴퓨팅의 발전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상당수는 지금도 중국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조달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생산 비용 증가와 조달 지연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양자 하드웨어 제조비가 오르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국제 파트너십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나온다.
알테피터 매니저는 “이 계획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혁신적이고 결함을 극복할 양자컴퓨터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드마르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는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QBI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그 후속으로 개발될 양자컴퓨터는 첨단 소재부터 새 합성 촉매까지 여러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 DARPA
참고 자료
DARPA QBI(2025), https://www.darpa.mil/news/2025/companies-targeting-quantum-comp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