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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발생한 직경·깊이 20m의 싱크홀. 해당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던 30대 남성이 도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수민 기자
지난달 서울 강동구에서 30대 남성이 싱크홀에 빠져 숨진 지 한 달도 안 돼 경기 광명 신안산선의 공사장이 붕괴하고 서울 마포구와 관악구, 부산 사상구 등 도로에서 싱크홀·균열이 연이어 발생했다. 시민들은 언제든 길을 가다가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발밑 공포’를 호소한다.



이틀에 한 번꼴로 싱크홀...계절 안 가려


14일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강동역 1번 출구 앞에 지름과 길이가 약 20cm인 싱크홀이 발생했다. 크기가 작아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불과 3주 전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3km 떨어진 강동구 명일동에서 지름과 깊이가 약 20m인 싱크홀로 사망자가 발생한 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애오개역 인근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13일과 14일 연이어 싱크홀이 발견됐고, 14일 오후에는 서울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 구역에서 지반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교통이 통제됐다. 연이은 사고에 시민들은 “싱크홀이 일상이 됐다”고 걱정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이날까지 2660일 동안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1349건으로, 이틀에 한 건 가량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사고는 2019년 영등포구, 2022년 인천 부평구, 지난달 강동구에서 총 3건 발생했다.
차준홍 기자

과거엔 강수량이 급증하는 여름(6~8월) 장마철에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많은 양의 장맛비가 지하수로 유입됐다가 빠지면서 지반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는 자연적인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2022년까지는 전체 싱크홀 162개 중 86개(53.1%)가 여름에 발생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대책도 여름에 집중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장마보다 노후 상·하수도, 인위적인 지하 개발, 굴착공사 등도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상된 상·하수도의 틈새로 흙이 유입되거나 잦은 굴착공사로 주변 토사가 무너지면서 지하에 공동(空洞·빈 공간)이 여러 개 형성돼 지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실제로 2023~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264개 가운데 상하수도나 기타 매설물의 손상으로 인한 경우는 159건(60.2%)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부실한 굴착 공사도 26건(9.8%)에 달했다.

최근 발생한 싱크홀들도 인근의 지하 개발·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 및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공사가 이뤄지는 장소 인근에서 나타났다. 부산 사상구 싱크홀도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가 진행 중인 곳 인근이었다. 14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구역에서 접수된 지반 침하 신고 건에 대해서도 “주변 공사가 원인(소방 관계자)”이란 추정이 나온다.
김경진 기자

인위적인 개발·공사가 싱크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시민은 사계절 내내 불안에 떨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간 여름철 장마가 싱크홀을 유발하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지만,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싱크홀 사고 102건은 여름(43%)뿐만 아니라 봄(28%), 가을(18%), 겨울(11%) 등 계절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4월에도 전국에 싱크홀이 12건 발생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에 대한 선정·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예산·인력·장비가 부족한 지자체를 위해 국토안전관리원이 지반 공동 탐사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싱크홀 발생 주기가 짧아진 점을 고려해 고위험지역의 안전 점검을 기존 ‘5년에 1회’에서 ‘1년에 2회’로 10배로 늘리기로 했다.

보다 실효성 있는 싱크홀 대책이 이뤄지려면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예산을 추가 투입하고, 위험 지역을 지속해서 관리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위험 지역에 대해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며 점검 때마다 전문가의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며 “점검을 자주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장비 등을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도 “계절이나 지반 종류 등 각기 다른 요인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인력·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하 공간의 상세 지도를 만드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믿을 만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지하 공간 상세 지도 공개를 공개해 시민 스스로 위험 가능성을 피하고, 정부·지자체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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