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설계한 미란의 전략
환율 절상·국채 강매 구상 주도
무역질서 재편 노리는 경제 책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주요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정부와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를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의 경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정책의 중심에는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노선과 관세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철학, 수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 운용사 허드슨 베이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수석 전략가를 지냈으며, 현재는 앰버웨이브 파트너스 공동 창립자이자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의 겸임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2021년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시절 경제 정책 고문을 맡으며 정부 요직을 경험했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미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관세 정책의 이론적, 실무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미란은 무역 적자와 환율 불균형을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관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이 관세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그들은 틀렸다”며 관세의 효과를 강조해 왔다.
그가 내놓은 대표적인 분석 결과가 바로 41쪽 분량의 ‘미란 보고서’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란은 무역과 재정 적자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서는 관세를 통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며, 그다음 단계로는 주요국 통화의 환율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직면하는 모순을 말한다.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가 많이 풀리면 기축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쌓이고, 반대로 기축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돈이 덜 풀려 국제 결제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마러라고 합의’ 구상이다. 플로리다의 트럼프 리조트인 마러라고에 주요국 정상들을 불러 모아 징벌적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를 강제로 절상시키는 협상을 벌이자는 아이디어다. 미란은 이 과정에서 제로금리 100년 만기 미 국채를 외국에 떠넘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상대국이 초장기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게 되면, 달러 기축통화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지난 7일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도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역 모델은 무역 적자를 반영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이론들이 관세의 실효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란은 미국이 강력한 내수와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치킨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비전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미국의 대외경제 전략을 구조적으로 재편하자는 데까지 확장된다. 글로벌 무역 상대국들로 하여금 통화 가치를 재평가하고 미국 내 산업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미국 국채를 매입하게 만들어 재정 안정성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90일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에 대해 시장은 일시적 완화로 보고 있지만, 미란은 “관세 효과는 과장되지 않았다”며 정책 지속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제 그의 아이디어가 백악관 정책을 넘어 전 세계 통화와 무역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환율 절상·국채 강매 구상 주도
무역질서 재편 노리는 경제 책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주요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정부와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를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의 경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정책의 중심에는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 2월 27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 주택도시문제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노선과 관세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철학, 수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 운용사 허드슨 베이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수석 전략가를 지냈으며, 현재는 앰버웨이브 파트너스 공동 창립자이자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의 겸임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2021년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시절 경제 정책 고문을 맡으며 정부 요직을 경험했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미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관세 정책의 이론적, 실무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미란은 무역 적자와 환율 불균형을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관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이 관세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그들은 틀렸다”며 관세의 효과를 강조해 왔다.
그가 내놓은 대표적인 분석 결과가 바로 41쪽 분량의 ‘미란 보고서’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란은 무역과 재정 적자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서는 관세를 통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며, 그다음 단계로는 주요국 통화의 환율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직면하는 모순을 말한다.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가 많이 풀리면 기축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쌓이고, 반대로 기축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돈이 덜 풀려 국제 결제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마러라고 합의’ 구상이다. 플로리다의 트럼프 리조트인 마러라고에 주요국 정상들을 불러 모아 징벌적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를 강제로 절상시키는 협상을 벌이자는 아이디어다. 미란은 이 과정에서 제로금리 100년 만기 미 국채를 외국에 떠넘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상대국이 초장기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게 되면, 달러 기축통화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지난 7일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도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역 모델은 무역 적자를 반영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이론들이 관세의 실효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란은 미국이 강력한 내수와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치킨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비전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미국의 대외경제 전략을 구조적으로 재편하자는 데까지 확장된다. 글로벌 무역 상대국들로 하여금 통화 가치를 재평가하고 미국 내 산업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미국 국채를 매입하게 만들어 재정 안정성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90일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에 대해 시장은 일시적 완화로 보고 있지만, 미란은 “관세 효과는 과장되지 않았다”며 정책 지속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제 그의 아이디어가 백악관 정책을 넘어 전 세계 통화와 무역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