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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까스로 숨고르기는 했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 카드에 휘청이는 애플 얘기다. 스마트폰·PC 등 핵심 정보기술(IT) 제품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유예’에 가깝다. 애플은 전체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2019년 탈중국을 단행하고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 그나마 나은 처지다. 애플은 왜 아직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머물러 있는 걸까.



위탁에 기대는 애플, 발 묶인 생산망
결정적 차이는 제조를 ‘직접 하느냐, 맡기느냐’에서 갈렸다. 애플은 제품 설계에 집중하고, 조립은 폭스콘·페가트론 등 중국 현지 업체에 맡긴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특히 '아이폰의 도시'로 불리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는 수십만 명의 인력이 투입돼 정교한 생산 라인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학습센터에서 기술 훈련 과정에 참석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때 이 구조는 애플의 강점이었다. 20년 넘게 다져진 중국 생산 생태계는 초정밀 조립, 빠른 대량 생산, 낮은 인건비를 모두 충족하며 비용 절감과 납기 단축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효율의 상징에서 리스크의 온상으로
하지만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이 ‘효율의 상징’은 애플의 족쇄가 됐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현재, 애플의 중국 중심 생산체제는 오히려 기업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위탁 중심의 제조 구조 특성상 한 번 뿌리 내린 생산거점을 옮기거나 수정하기도 어렵다. 애플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요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한다. 한때 연간 6300만대를 생산하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을 철수하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신속히 이전할 수 있었던 것도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북부 박닌·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 물량은 삼성 생산량의 약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 거점을 옮길 때 협력업체와의 연결성도 중요한 변수다. 한 IT 제조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직접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에 협력업체가 많고 연결고리도 긴밀하다. 예컨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길 때도 주요 협력사와 동반 진출을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은 폭스콘이라는 중국 업체를 끼고 해야 하니 협력사와의 연결성이 약하고 전략적 판단을 빠르게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큰 손' 중국 소비자 눈치도
차준홍 기자
여기에 중국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과감한 철수가 가능했다. 애플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생산기지를 외부로 이전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면제 카드를 준 건 ‘시간을 줄 테니 미국산 아이폰 생산을 위해 노력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공개 발언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애플이 중국에 공급망을 구축한 건 값싼 인건비 때문이 아니라 기술력과 생산 역량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밀 조립을 가능케 하는 기술력·부품망·숙련 인력이 미국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플 출신 제조 엔지니어인 매튜 무어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의 어느 도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폰만 조립하겠냐”며 “보스턴의 인구가 50만명이 넘는데 도시 전체가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폰 조립을 시작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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