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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국군대전병원의 7대 병원장으로 부임한 지 어느덧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는 해군 갑판병 출신으로, 한때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려 했으나 당시 군 간부들의 조언과 설득으로 다시 의료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해군과 군에 대한 이국종 원장의 애정은 각별합니다. 오늘(14일) 한국국방연구원에 하얀 의료 가운이 아닌, 해군 정복을 입고 나타난 이국종 원장은 군 의료체계와 관련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 '제한된다' 답변 수십 차례…결국 무인 헬기 조종 자격 취득

이국종 원장이 국군병원에 가자마자 한 일은 일명 '닥터 헬기' 운용입니다. 그런데 국군대전병원에서 준비한 헬기 착륙 장소는 병원 건물로부터 700미터가량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병원 바로 앞 주차장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주차 공간 중 일부를 헬기장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원장은 "주차장에 'H'자만 그리는 건데 '제한된다'는 공지만 수십 장을 받았다"며 "나무 8그루를 베어내고 전봇대 4개를 없애는 데 1년하고 1개월이 더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주차 공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민원은 이 원장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1분, 1초가 중요한 중증 환자를 이송받았을 때 해당 장병의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헬기를 띄우려면 커다란 'H'를 표기한 헬기장처럼 널찍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야간이나 기상 여건이 좋지 못할 때는 헬기 활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고민 끝에 이국종 원장은 몇 년 전 무인헬기 조종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 '복지부' 아닌 '국토부' 사업에 선정…왜?

무인기가 검체와 의료 물자를 전송하고, 언젠가는 환자도 이송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국종 원장이 그리는 미래 군 의료체계의 모습입니다. 현재 국군병원에는 검체가 든 캡슐을 공기가 흐르는 튜브를 이용해 이동시키는 일명 '에어슈터'조차 없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민간 병원들이 널리 활용하는 장치입니다. 에어슈터를 통하면 검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임상병리과로 이동합니다. 바로 이 시스템을 보다 확장하자는 것이 이 원장의 구상입니다.

모든 부대에 군의관이 상주하진 않습니다. 최전방 부대, 즉 의무 시설이나 인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일수록 다칠 위험이 높은 게 군대의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부대들에서 치료가 필요한 장병이 발생하면 그 검체를 무인기로 인근 의무부대나 병원으로 전송하는 민관군 합동 의료 체계를 구축하자는 겁니다. 격오지 부대와 사단급 의무부대를 연결하거나, 하루 종일 차가 막히는 복잡한 도시에서 부대와 인근 병원이나 혈액원을 공중 전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등 활용법은 다양합니다.

강연하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출처:한국국방연구원)
실제로 이 원장의 이러한 구상은 5억 원 상당의 국토부 지원을 받아 검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복지부에서 예산 배정이 어려워지자, 이 원장이 이를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에 공모했고 최종 선정된 겁니다. 이 원장은 중고 드론을 가지고 다음 달 백령도로 들어갑니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사이를 오가며 검체와 의료 물자를 옮기는 훈련을 진행해 본다는 겁니다.

■ 의무부대 무인기는 연병장부터 돈다?

현재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행 능력입니다. 백령도에서 최소 소청도까지만이라도 왕복하려면 50km는 거뜬히 이동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서해 5도 가운데 우도에는 결사대 100여 명이 있는데 이중 군의관은 한 명도 없다"며 "연평도를 가야 군의관이 있고 의료 장비가 있다"고 말합니다. 백령도에서 우도까지의 거리는 120km에 육박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는 직선거리가 아니라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나 강 위 등 건물 밀집 지역을 피해 이동해야 하기에 보이는 것보다도 비행 거리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 원장은 항속 거리를 늘리기 위해 결국 수소 연료 전지 모델까지도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이 무인기의 항속 거리 200km 이상, 시간은 40분 이상으로 조건을 내거니 19곳에서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류를 낸 곳은 단 3곳뿐입니다. 연병장은 한 바퀴에 약 10km입니다. 이 원장 말에 의하면 10바퀴를 돌아도 '살짝 안쪽으로 돌면' 80km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이 원장은 "드론이 연병장을 100바퀴 이상 비행하며 도는지 시험해보고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했다"며 "충격적이었다. 6천 개 업체 중 최종적으로 기체를 가지고 온 업체가 사실은 두 곳뿐이었다"고 후기를 전했습니다.

■의무부대에 드론, 필요할까?

이 원장은 의무부대의 무인기 운용과 관련해 보다 확장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에서의 무인기 활용은 공중 전력의 일환으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많이 떠올립니다. 이 원장이 말하는 검체 이동 등을 위한 수단으로서는 조금 낯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무인기에 검체 대신 폭탄을 싣는다거나, 혹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다면 그 자체로 우리 군의 전력이 됩니다. 결국, 주변국과의 갈등의 요소를 줄이면서 고성능 무인기 기체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병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고 이 원장은 강조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이 쌓이고 쌓여 군 의료 체계에 또다른 혁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강연을 마련한 한국국방연구원은 4월 말 이국종 원장과의 더욱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유튜브 공식 영상 채널인 KIDA-Media(아웃사이트, Outside+Insight)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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