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 / 사진=뉴스1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4조 5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 속에서도 고가 명품에 대한 국내 수요는 여전한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한국 법인 총매출은 4조 5573억원으로 전년(4조 1521억원) 대비 9.76%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357억원에서 2667억원으로 13.15% 늘어났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9643억원으로 전년(7972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2357억원)보다 13% 증가한 2667억원으로 늘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작년 1조 74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1조 6511억원 대비 5.89%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2867억원에서 3891억원으로 35.72% 뛰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 8446억원으로 전년 1조7038억원보다 8.26% 늘었다. 영업이익은 2721억원에서 269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에루샤’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1년에 한 번만 가격을 인상하던 에르메스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은 가격을 두 차례 이상 올려 'N차 인상'의 대표 브랜드로 불리기도 했다. 루이비통 역시 작년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일반 소비재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명품은 오히려 가격 인상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작용하며 소비가 유지되거나 늘기도 한다.
반면 '에루샤'가 아닌 명품 브랜드들은 주춤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85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7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소폭 줄었다. 펜디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4% 감소했다.
고가 명품 브랜드의 국내 실적이 크게 오른 만큼, 해외 본사들도 막대한 배당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에 연차 배당 1170억원, 중간배당 1000억원 등 총 2170억원을 지급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1950억원, 샤넬코리아는 130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의 국내 사회공헌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샤넬 코리아는 19억원(배당 대비 1.46%)을 기부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5억 5000만원(0.28%)을 사회에 환원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4억 500만원(0.18%)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글로벌 명품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앤컴퍼니와 패션 전문 매체 BOF는 지난 1월 ‘명품의 현주소(The State of Luxury)’라는 보고서를 공동 발간했다. 보고서는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의 불안정,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 등의 요인으로 인해 2025년의 글로벌 명품 소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