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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20년 11월24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시어터 극장에서 안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지명자를 비롯한 새 외교안보팀을 소개하고 있다. 윌밍턴/ AP=연합뉴스



유민영 ㅣ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바이든의 첫 100일’ 저자

정권 이양을 정의하는 핵심 명제는 대통령의 성공이 이미 취임 전에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은 중요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문제는 궐위에 따른 대통령 선거다.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탄핵 후 탄생하는 정부로 인수위가 없다는 점이 모든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빌런 붐’의 시대다. 전쟁 같은 선거운동 기간과 달리 국정 운영의 준비 기간은 ‘이음새 없이 이어지고, 뛰면서 바통 터치’(이경은 저 ‘대통령의 성공, 취임 전에 결정된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12·3 계엄 이후 어느 때보다 정치적 대립과 분열이 심해진 상황으로 인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그 점에서 4년 전 트럼프 1기 다음에 탄생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정권 인수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50만명이 사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 그리고 의회 점령 사태라는 극단적 분열 상황에서 바이든 새 정부는 전대미문의 방해에 직면했다. 당선 연설 후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초청해 정권 인수를 협의하는 전통이 깨졌고, 초기에는 인수인계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연방조달청(GSA) 에밀리 머핀 청장은 대선일로부터 3주가 지나서야 정권 인수의 공직 시작인 당선 확신서를 발행했다. 시간이 걸리는 연방수사국(FBI)의 인사 검증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준비된 바이든 팀은 기다리지 않았다. 대선 다음 날인 2000년 11월4일 인수위 홈페이지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11월7일 당선이 확정되자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11월11일에는 ‘재고 조사’를 위한 정부평가팀을 구성했다. 인수위 행보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내내 침착했고 공약에 집중했다.

바이든 당선자가 취한 인사와 정책은 ‘빠르고 적절하게’, ‘과감하고 정교하게’ 정부를 운영해야 하는 다음 정부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정치한 과정이었다. 인사는 빠르게 진행된 오바마 시기의 인선보다 더 빨랐을 뿐 아니라 다섯 가지 원칙이 적용되었다.

첫째,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베테랑을 썼다. 새로운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즉시 투입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일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둘째, ‘미국을 닮은 내각’을 구현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s)는 시위로 인종차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던 때였기에 ‘다양성 내각’을 구성한 것이다. 셋째,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사람부터 결정했다. 선거 불복 사태로 인한 혼란과 안보 우려를 불식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 복원을 위해 국무부·국토안보부·국가정보국장·유엔 대사를 가장 먼저 인선했다. 참고로 금융 위기에 직면했던 오바마 당선자는 재무부 장관을, 트럼프 1기 때는 법무부 장관을 가장 먼저 선택했다. 넷째, 진보 성향보다 정치적 안정성을 우선해 사람을 썼다. 상원 인준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고 트럼프의 선거 불복으로 정치적 불안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준이 필요 없는 핵심 실무자부터 전진 배치했다.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백악관과 각 부처 실무진을 먼저 구성하고, 시급한 사안에는 조정관이나 고문직을 신설했다.

정책은 실행이다. 바이든표 정책 운용의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개했다. 인수위 팀은 일곱 가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으로 연결했다. 바이든 백악관은 취임 후 ‘우선순위’ 페이지를 따로 개설해서 지켜보는 국민도, 정책을 입안·실행하는 담당자도 항상 상기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정책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혔다. 바이든의 정부 평가팀엔 노동·기후 분야는 민주당 진보파 인사들이, 개발·협력 분야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안보 정책엔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팀이 참여했다. 정보기관엔 전직 간부들이, 국무부엔 아마존의 국제조세전문가가 함께했다. 셋째, 정책 입안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내용도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해서 예측 가능성과 기대감을 높였다.

바이든의 인수준비팀은 미국 대선(2020년 11월3일) 훨씬 전인 그해 4월에 꾸려졌다. 바이든의 인수준비팀은 무엇보다 대선 불복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데 신경을 썼다. 바이든은 전임 트럼프 정권을 비난하거나 싸우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을 방법을 하나하나 찾는 데 노력을 쏟았다. 바이든은 전례 없는 선거 불복 행위에 맞서 임기 첫 100일의 전투를 치러냈다. 인수위 없이 취임하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도 심각한 분열과 국가 위기 극복의 과제가 있었던 바이든의 선례를 연구해 보는 게 좋겠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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