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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이후 대선 마음 떠나" 투표 포기 의사
세대별 강성보수, 신흥보수 지지 후보 갈려
6070 선호 높은 김문수·홍준표 지지 기반 겹쳐
'배신자' 유승민·한동훈, 2030은 "새 인물" 응원
한덕수 대망론에 "국정 연속성" 눈길 주기도
"정당 아닌 인물 투표, 경제 살릴 사람 뽑을 것"
김문수(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뉴스1


"이재명이는 절대, 절대 안 됐으면 좋겠는데, 보수엔 마땅한 인물이 없으니 우리라고 우짜겄소."


6·3 대선 레이스가 본격 불붙고 있지만, 11일 찾은 보수의 심장 대구는 아직 '대선을 치를 결심'
이 준비돼 있지 않아 보였다.
대선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입을 닫거나, 말을 흐리기 바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보수의 중심 대구가 전폭적으로 밀어 만든 대통령들이 연거푸 탄핵당한 상처가 꽤 깊은 듯했다. 보수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구 시민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이는 없어 보였다.
"이번 대선은 그냥 졌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 "누구 하나 뽑을 사람이 없다"고 허탈한 한숨만
이 돌아왔다.

대구는 아직 대선 모드로 전환되지 못한 모습이 역력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예상했던 여론이 61%(한국갤럽 4월 1주 차 조사)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던 만큼 갑작스레 벌어진 대선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착잡해하며
'어게인 윤(Again Yoon)'을 외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지만, 다수는 '윤석열' 세 글자 자체를 입에 올리는 걸
꺼려했다.
대선 투표 포기 선언이 나올 만큼 정치 냉소도 그만큼 커진 것
이다. 동성로에서 만난 김동(62)씨는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로 정치에 마음이 떠났다"며 "보수가 재집권해야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시민들은 대선 질문에 "정치 얘기 하고 싶지 않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대구·경북 지역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날까지 보수 진영에서 출사표를 던진 주요 대권 주자들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다. 여기에 한덕수 차출론이 불거지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해보면 범보수
후보 선택지는 늘었지만, 후보 난립에 민심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
다. 실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유보 의견이 16%(2017년 3월 3주 차)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엔 유보 의견이 33%로 여전히 높은 상황
이다.

다만
강성 보수냐, 신흥 보수냐를 두고 세대별 민심은 확 갈리는 모습
이었다.
강성 보수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장관과 홍준표 전 시장의 지지 기반은 6070세대로
겹쳤다. 택시기사 서이진(71)씨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사람 자체는 괜찮은 것 같은데, (할 말 하는) 성격이 홍 전 시장과 비슷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쏠림은 없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지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주춤하는 모습
이다. 불법 계엄 사과를 거부하며 강성 보수층으로부터 '꼿꼿 문수'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대선 출마 행보로 정치적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측면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대권에 도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풍선을 들고 배웅 나온 직원들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뉴스1


홍준표 전 시장에 대해선 복잡한 속내
가 묻어났다. "대구시장을 했던 양반이니 대통령이 되면 좋을 것 같다"(자영업자 54세 신승준씨)는 지지와 "하던 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서문시장 상인 51세 최모씨)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공존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세대별로 민심이 극명
하게 엇갈렸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
(40대 직장인 박현태씨)며 '비토론'
이 여전히 적지 않았지만,
2030 청년들은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차세대 보수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박주은(33)씨는 "탄핵 찬성 입장에서 한 전 대표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고 했고, 경북대생 이지연(21)씨는 "아무래도 기성 정치인보단 새로운 인물이 좋을 것 같은데, 떠오르는 인물이 한 전 대표밖엔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보수의 새 인물을 원하는 시민 중에는 안철수 의원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안철수 의원의 유세를 지켜보던 60대 한 상인은 "안철수는 사람이 깨끗하니, 믿음이 간다"고 추켜세웠다. 동성로 인근에서 근무하는 최대혁(29)씨는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는데 이 후보, 한 전 대표가 눈에 띈다"며
"한 표라도 아쉬운 대선에서
이 후보가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
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부상한 '한덕수 대망론' 탓인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시선을 둔 시민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줄탄핵'에 실망해 윤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는 프리랜서 김동완(39)씨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아쉽지만 괜찮은
선택지 같다"
고 평가했고, 취업준비생 신모(27)씨는
"한덕수 대행이 된다면 정책 연속성도 있고
국정도 안정될 것 같다"고 기대감
을 내비쳤다.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대구=윤한슬 기자


유력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명
하게 엇갈렸다. 탄핵에 찬성한다는 서문시장 상인 김모(55)씨는 "대구 사람이라고 무조건 탄핵에 반대하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재명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재명이는 절대로 안 된다. 이재명 아닌 다른 민주당 후보라면 찍겠다"(60대 택시기사 최장영씨) 등 반이재명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오리무중 민심에서도 분명한 기준
은 있었다.
이번엔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것과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
서문시장 상인 박모(56)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이제는 당만 보고는 안 뽑습니다. 불법계엄 때부터 계속 사람이 없는데, 코로나19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누가 됐든 제발 경제 좀 살려주이소."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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