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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법률 : <18> 가정폭력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가정폭력, 침묵 깨고 드러내야
접근금지, 보호명령 등 법 활용
주소지 열람 제한, 2차 피해 막아




Q :
50대 후반 여성 A다. 남편과 함께 자녀들을 열심히 키워 벌써 큰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남편과 손자녀 재롱 볼 생각에 행복한 단꿈도 꿨다.


문제는 시부모님이다. 처음부터 남편과 나의 결혼을 반대하셨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뜩잖아하신다. 시부모님은 “아들에게 다른 좋은 혼처가 있었는데 A가 남편을 ‘홀려서’ 아들 앞길을 막았다”는 것이다.
결혼 초기에는 시아버지에게 “말대답했다”고 맞은 적도 있고, 아이들이 사춘기일 때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내 아들의 자식이 아니다”는 폭언까지 했다. 이에 남편은 수년째 시부모님을 집에 오지 못하게 했고, 급기야 멀리 이사까지 했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최근 결혼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주변에 “장손이 결혼하는데 시부모를 초대하지 않은 배은망덕한 며느리” “사람을 써서라도 며느리가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내게 폭언을 쏟아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아들 결혼식이 난장판이 될까 너무 두렵고 걱정된다. 법으로 보호받을 방법이 있을까?


A :
가정폭력은 다른 범죄와 달리, 경찰 신고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가족을 신고하는 것은 은혜를 저버리는 행동’ 등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하루에 평균 650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2024년 기준)된다.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 역시 최근 사적으로도 우연히 그런 현장을 목격했고,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피해자를 안전하게 구조한 경험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숨죽여 울며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가장 애틋해야 할 가족이 가장 악독한 가해자가 된 현장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많은 분들이 부부간, 부모 자식 간의 폭력만 가정폭력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A씨같이 고부간, 전 배우자, 계부모의 폭력 모두 ‘가정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가정폭력이다. ‘때리는 것’만이 가정폭력도 아니다. 물리적 폭행은 당연하고, A씨가 당한 ‘결혼식장에 못 들어가게 하겠다’ 등의 협박도 가정폭력이다. 성폭력, 감금, 모욕, 명예훼손, 주거침입, 사기, 재물손괴 등 가족 내에서 일어난 범죄 중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범죄 대부분이 가정폭력이다(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크게 3가지 보호 방법이 있다.

첫째, 경찰 신고다. 수사기관에 요청하면,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퇴거하거나 접근 금지 등을 조치해 피해자를 보호한다.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특성상 ‘형사처벌까지는 바라지 않고, 가해자와의 격리’ 수준의 보호를 원하는 피해자도 많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으로 ‘피해자 보호 명령’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형사처벌 요청과 함께 신청할 수도 있다. 가정법원에 보호를 요청하면 판사는 필요한 경우 ‘임시 조치’로 가해자에게 △피해자 주거 등으로부터 퇴거 △주거 직장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문자 등 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의료기관 위탁(가해자 정신질환 등의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상담소 등에 위탁 등을 신속하게 결정한다. 이후 법원은 최종 판결(피해자 보호 명령)을 통해 최장 3년간 접근 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가해자가 이 명령을 어길 경우,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범을 막는 데 유용한 제도로 쓰인다.

마지막 방법은 ‘접근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는 것이다. 위 두 절차와 달리 ‘민사’ 절차이므로, 가해자가 접근 금지 가처분을 어겨도 형사 처벌을 받진 않는다. 다만, 가해자는 법원 결정에 따라 ‘1회당 100만 원’ 등 ‘금융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 피해자들은 ‘접근 금지 결정’을 받은 뒤 “가해자가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하곤 한다. 하지만 어디로 이사 가든 가해자는 적법하게 주소지를 알아낼 수 있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 제도와 △전자소송 사전 포괄 동의 신청 제도를 신청하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전자는 가해자가 피해자 및 피해자의 세대 구성원 등의 주민등록등초본 열람 등을 막는 제도이며, 후자는 소송을 통해 피해자 주소를 알아내는 방법을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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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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