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7 대 255.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과 심우정 검찰총장 딸의 취업 특혜 의혹을 보도한 기사를 9일간 집계한 숫자다. 각각 보도 급증의 계기가 된 곽상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혹 제기를 기점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사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640 대 28. 조 전 장관 딸 관련 보도가 약 23배 많았다.
보도량만 차이 나는 게 아니다. 같은 기간 조 전 장관 딸의 실명을 보도한 기사는 20건인데, 심 총장 딸의 실명을 밝힌 기사는 전혀 없었다. 의혹 대상 사건의 발생 시점으로 보면, 보도의 불공정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나 장학금 등의 문제는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일이고, 심 총장 딸의 국립외교원과 외교부 취업은 심 총장이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생긴 일이다. 조 전 장관은 범야권 인사였고, 심 총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권부의 핵심 인사다. 언론이 보도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안의 중대성이나 권력형 비리 가능성으로 보더라도 심 총장 딸 관련 보도가 더 많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권력자 자녀 관련 의혹 보도인데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언론의 편향성을 사유로 들지만, 피상적인 지적이다. 언론이 편향성을 띠게 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밀은 검찰에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서 새로운 팩트를 공급하면, 언론사들의 보도 경쟁이 거세지고, 자체 취재 또한 늘어난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밴드왜건’에 편승하는 성향이 있다. 이슈가 이슈를 낳으면서 보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언론의 편향성 이전에 검찰의 편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지만, 검찰이 오늘날의 사회적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언론을 활용한 여론 창출과 통제 능력이다.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내밀한 팩트를 찾아내는 수사권으로 언론의 밴드왜건에 연료를 공급함으로써 나라 전체를 주무르는 신적인 역량을 검찰은 갖게 됐다. 언론 활용을 제일 잘했던 사람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검찰 개혁이 이뤄지면, 언론 개혁도 절반은 이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