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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오는 7월 통합 건강보험 출범 25주년을 앞두고 의료 안전망의 근간인 건보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례없는 저출생·초고령화로 지출은 급증하는 반면 정부의 법정 지원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재정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14일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차기 정부는 건보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의 높은 신뢰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보장성에 머무는 현실에 대해 노조는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인구구조 변화 직격탄…2030년 누적 준비금 소진 위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8조9천11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1%였다. 전체 인구의 17.9%인 노인인구가 건보 재정의 절반 가까이 사용한 셈이다.

이런 고령화 추세는 통제 불가능한 '정해진 미래'로, 건보 지출 증가를 막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가계와 기업에 보험료 부담이 집중되고 민간 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로는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은 암울하다.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축소 등 수입 감소 요인과 노인 의료비 증가, 의대 증원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대응 비용, 필수 의료 수가 인상(20조원+α) 등이 맞물려 건보 재정은 2026년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누적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높은 국민 신뢰, 그러나 낮은 보장성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매우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92.1%까지 치솟았다. 아플 때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건강보험은 진영 논리를 떠나 역대 모든 정부에서 보장성 강화 공약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2023년 기준)로, OECD 평균(76.3%)보다 훨씬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수많은 정책에도 낮은 보장성이란 '정책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 '무임승차' 논란…가계·기업 부담만 가중
건보 재정은 가계, 기업, 정부 등 3주체가 분담하는 구조다. 현행법(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의 2)은 정부가 매년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 상당을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의무이자 사회 연대 원리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건보노조는 역대 정부가 법정 지원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의료급여 재원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비용까지 건강보험에 떠넘기는 '무임승차' 행정을 반복해왔다고 비판한다.

건보노조에 따르면 이런 정부의 책임 방기로 인한 재정 손실 및 누수 금액은 연평균 6조 4천53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간병비 급여화나 전 국민 임플란트 지원도 가능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역대 정부의 법정 지원 미준수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 현황]

(단위 : 억원)



※ 자료 :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국회 제출자료 재구성

차기 정부, '국가 책임' 명확히 해야
건보노조는 통합 건강보험 25주년과 차기 정부 출범을 맞아 건보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 정부 지원금 미납 시 다음 회계연도 내 정산 반납을 의무화하는 '건강보험 재정 정산조항' 신설 ▲ 정부 지원 일몰 규정 폐지 및 항구 법제화 ▲ 정부 지원 기준을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에서 '전전년도 65세 이상 노인 급여비의 50%'로 변경해 고령화 시대에 맞는 국가 책임 강화를 제안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25년 정부 지원금은 약 18조7천억원으로, 가계·기업 부담 보험료의 21.3% 수준이 된다.

노조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계·기업·정부가 각 ⅓씩 부담하는 균형 잡힌 분담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한 대만은 정부 지원 비율을 최소 36%로 법제화했고, 일본 역시 후기 고령자 진료비의 50%를 포함해 약 28%를 국가가 부담한다.

건보노조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더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며 "저출생·고령화 심화와 정부의 책임 방기가 맞물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회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건보노조는 "차기 정부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 운용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권 수호와 사회 연대 가치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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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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