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꼽히는 미 국채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신뢰 위기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채권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채금리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을 중심으로 지난 4일 이후 가파르게 상승(국채가격 하락)했다. 지난 11일 뉴욕시장 마감 무렵에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5%에 육박하는 등 채권시장 불안이 이어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00선을 밑돌았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몰리기 때문에 미 국채가격과 달러 가치가 오른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국면에선 이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되레 국채를 파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미·중 간 관세전쟁이 다시 격화되면 중국이 미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팔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미 국채 보유량이 많은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엑스에 “중국은 자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미 국채를 팔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상당히 높이는 데 많은 물량이 필요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아울러 중국의 정치체제가 미국보다 더 오래 악재를 감내할 수 있는 만큼 강대강 대치가 승산 있는 전략이 아니라고 짚었다.
스티븐 미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미 국채 보유에 대한 수수료 부과, 만기가 도래하는 미 국채를 100년짜리 국채로 바꾸는 방안 등을 언급해온 것도 미 국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페이스북에 “수수료 부과, 100년 만기 국채로의 전환 등은 신뢰의 아이콘인 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적었다.
다만 미국이 지난 11일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반도체 장비·컴퓨터 등 전자 제품을 제외한 것은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유동성 지원을 통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 단장은 “이제부터는 미·중 갈등과 함께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미국의 신뢰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