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임 2인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오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할 예정이지만 재판관들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가처분에 대한 결론은 그 전에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은 헌법소원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이 후임 헌법재판관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뒤 헌재에는 관련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6건씩 접수됐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지난 9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로 임명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한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한 것이 월권이라는 취지다. 법무법인 덕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인 형사사건 당사자들을 대리해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별도로 제기했다.
지난 9일 마은혁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헌재는 비로소 9인 체제를 완성했다. 이어 김 변호사 등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0일 주심 재판부를 배당하고, 바로 이튿날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헌재가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2인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몫 재판관은 국회의 동의나 인사청문보고서 없이도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때로부터 30일 이내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헌재는 이들 사건의 주심을 무작위 전자배당 방식으로 지정했는데, 마 재판관이 이를 맡아 자신의 임명 과 함께 지명된 재판관 후보자 2인에 대해 판단하게 됐다. 주심 재판관은 보통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헌법소원 본안 판단 전까지 지명 효력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효력 정지 가처분에는 재판관 5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가 빠르게 판단하면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8일 전에도 결론을 낼 수 있다. 가처분이 인용돼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 효력이 정지되면 재판관 2인 퇴임 후 7인 재판관 체제에서 본안에 대한 위헌 판단을 내리게 된다. 헌재법상 재판관 7인 이상이면 사건 심리는 가능하다.
다만 위헌 인용까지 결정하려면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안 판단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본안 판단이 미뤄진다면 대선 이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다시 재판관을 지명하고, 9인 완전체 체제에서 심리하고 결정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는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권한대행의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에 한 총리에게 지명 행위를 취소하도록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헌재에서도 사건 본안에 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고, 대통령이 새로운 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