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챗GPT.
직장인 A씨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알게 된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16만원짜리 신발을 구매했다. 사용자 후기가 많아 믿고 결제를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주문완료 문자는 오지 않았고 사이트에서 주문 조회도 되지 않았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중국어 자동응답 음성만 흘러 나왔다. 뒤늦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사기’라는 걸 직감한 A씨는 곧바로 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대금이 이미 전자결제대행(PG)사로 이관돼 취소가 어렵다”고 했고, PG사 역시 “결제 대행 역할만 할 뿐 환불은 판매자에게 직접 요청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카드사와 PG사 모두 책임을 미룬다면 사기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외에 주소지를 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카드사나 PG사를 통한 결제 취소가 어려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G사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영세 통신판매업자들을 대신해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는 ‘대표 가맹점’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하면 카드사는 PG사에 사유 확인을 요청하고, PG사는 가맹점에 배송 준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는 ‘결제대행업체는 신용카드 회원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맹점이 도박 사이트 등 불법 업종으로 전환되거나 가맹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만 취소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한 대형PG사 관계자는 “PG사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양측 모두 불합리한 조치를 겪지 않도록 조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상품 발송 전이라도 판매자가 판매 준비를 시작했을 수 있기 때문에 배송 지연 등 불편 사항이 접수됐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가맹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품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몇 달간 배송이 미뤄지더라도 소비자는 환불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대형 PG사는 비슷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모든 결제 건이 정상 배송될 때까지 대금 지급을 보류하기도 하지만, 판매자가 가품을 보내는 식으로 이를 회피할 수도 있다. 고객센터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에서 PG사까지 결제 취소를 거절하면 소비자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 태도는 미온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3일 “상거래는 쌍방의 문제이기 때문에 판매자 동의 없이는 PG사도 결제 취소를 강제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개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판단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 사이트의 경우 알리페이와 같은 해외 PG가 ‘결제 대행의 대행’으로 끼여 있어 결제 취소가 더 어렵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PG사도 수수료를 받는 결제 대행자로서 소비자를 대신해 결제 취소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책임이 있다”며 “다만 PG사가 개별 업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 당국이 문제 업체를 걸러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