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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재판관 후원했던 '김장하 열풍'에
책 '줬으면 그만이지' 판매량 22배 증가해
김장하 삶 처음 대중에 알린 김주완 기자
김장하 반대에 7년간 꾸준히 취재해 출간
7년 동안 김장하 선생을 취재한 김주완(왼쪽) 기자와 김장하 선생. 김주완 기자·시네마달 제공


'김장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탄핵을 선고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김장하 장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장하(81) 선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2023)는 13일 넷플릭스 국내 인기 콘텐츠 7위에 오르며 역주행 중이고, 동명의 영화는 CGV 등 전국 독립영화관에서 재상영될 예정이다.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다룬 책 '줬으면 그만이지'의 지난 한 주 판매량은 전주 대비 22배 증가했다.

김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한 한약사다. 힘들게 번 돈으로 학교를 세우고 1,000명이 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문 대행도 김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김 선생의 삶과 선행이 알려진 건 김주완(61)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의 7년의 노고 덕분이다. 김 전 국장과 최근 전화로 만나 김 선생의 취재기를 들었다.

줬으면 그만이지·김주완 지음·피플파워 발행·359쪽·2만 원


"취재 목적 숨기고 슬쩍슬쩍 질문"



김 전 국장은 34년 전 처음 김 선생 인터뷰를 시도했다. 김 선생이 자신이 설립한 진주 명신고를 국가에 기부한 1991년이다. 당시 기자 초년병이었던 김 전 국장은 110억 원 상당의 학교와 부동산을 미련 없이 기부한 이 독지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김 선생은 당시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김 선생 취재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김 전 국장은 2015년 블로그에 김 선생의 선행에 대한 글을 한 편 썼다. 김 전 국장은 “당시 인터넷에 ‘김장하’를 검색하면 ‘김장하는 방법’만 나오던 때였다”며 “김 선생님에 관한 첫 글이어서 반향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선생에게 혼날 게 분명했다. 그는 “선생님을 찾아가 ‘허락도 없이 글을 써서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선생님은 ‘왜 그랬노’라면서도 크게 나무라시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때부터 김 선생 주변인들의 ‘은밀한’ 부탁이 들어왔다. 김 선생에게 알리지 말고 조용히 그의 생애를 기록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김 선생이 참석하는 자리마다 그를 불렀다. 김 전 국장은 “취재 목적을 숨기고 선생님이 계신 자리에 꾸준히 나가 슬쩍슬쩍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봉착했다. 선행 관련 질문을 할 때마다 김 선생은 침묵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그는 “선생님에게 도움받은 사람을 수소문해서 취재하기로 방향을 바꿨다”며 “‘김장하 장학생’ 중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문형배 재판관”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할수록 김 선생이 도운 이들과 만남도 계속됐다. 김 선생은 여성 인권과 문화예술 분야에도 수십 년간 지원했다.

김주완(오른쪽) 기자가 김장하 선생이 지원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지원 시설을 찾아 취재하고 있다. 다큐 '어른 김장하' 캡처


"김장하 선생님 보며 차 안 샀다"



김 선생의 선행에 관심을 가진 언론인이 또 있었다. 김현지 MBC경남 PD는 2021년 김 전 국장에게 김 선생의 다큐 제작을 제안했다. 둘은 다큐 대상이 허락하지 않은 다큐를 찍기로 했다. 1년간 김 선생의 한약방을 부지런히 오가며 그의 삶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주변인의 증언으로 그의 삶을 기록했다.

수십 년간 은둔했던 김 선생의 선행이 2023년 1월 김 전 국장이 쓴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같은 시기 방영된 2부작 다큐 '어른 김장하'는 지역방송국 프로그램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작품상'을 받으며 대중에 김 선생의 선행을 각인시켰다. 같은 해 11월 영화도 개봉했다.

대중의 관심에 정작 김 전 국장이 난감해졌다. 그는 "선생님이 영화까지 나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셨다"며 "최근에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얼마나 부담스러워하실지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주변인들 모두 선생님의 일상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완(오른쪽) 기자가 경남 진주시 김장하 선생의 한약방에서 김 선생과 대화하고 있다. 다큐 '어른 김장하' 캡처


김 선생에 대한 신드롬급 열기는 우려스럽지만, 그의 삶이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 김 선생은 자신에는 한없이 인색했다. 아픈 이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며 평생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녔다. 김 전 국장도 그의 삶에 물들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김장하 선생님이라면’을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며 "동료들이 다 차를 살 때, 김 선생을 떠올려 차를 사지 않았다"고 했다. 책 ‘토호세력의 뿌리’(2005) 등을 내며 주로 권력 비판에 집중했던 그는 새로운 기쁨도 찾았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을 알리는 데 보람을 느끼게 됐어요. 현직 기자 시절에 권력자를 비판하고 비리를 파헤쳤던 것보다 더 뿌듯하고 재미있었어요.”

김주완 기자. 본인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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