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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90% 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중국에 주요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는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14에 참석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언론은 “대중 관세 장벽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9일 미 국채 금리 인상의 여파로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 데 이어, 재차 중국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에서 잇따라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흥미진진하다”더니…슬그머니 한밤 ‘후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이 부과한 145%의 관세를 125%의 대미 관세로 맞받아쳤을 때만해도 소셜미디어(SNS)에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도 “(미국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 도착해 차량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 도착한 이후인 11일 오후 10시 36분 홈페이지에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라는 글을 올려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관세 제외 품목으로 지정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기 때문에 미 언론들도 해당 사실을 12일 오전에서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전날 건강검진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표가 이뤄진 이날도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쳤다. 골프를 마친 뒤 종합격투기 UFC 경기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제외의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 “월요일에 매우 구체적으로 답하겠다”며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로 대응할 뜻을 밝혔다.



중국 때린다면서…아이폰 ‘232만원→522만원’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은 관세로 인한 부담이 중국이 아닌 미국인에게 되돌아오는 구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애플 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 16.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로 아이폰 가격이 2.5배 이상 폭등할 거란 관측이 나오자 스마트폰 등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이폰은 90% 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IT 전문매체 씨넷(CNET)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125%(펜타닐 관세 20% 제외)의 관세를 물릴 경우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미국 출고가는 1599달러(약 174만원)에서 2937달러(약 426만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판매가는 3598달러(약 522만원)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전에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구매를 벌였고, 이 와중에 지난 4거래일간 애플의 시가총액도 7730억 달러(약 1102조원) 증발했다.

특히 이날 관세가 제외된 품목들은 지난 5일부터 발효된 10%의 상호관세에서도 예외로 지정됐다. 바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에서 “상호관세 기본 세율 10%가 하한선”이라고 했던 말까지 뒤집은 셈이다.



“삼성전자에 도움”…최대 수혜는 중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조치가 “삼성전자, 애플, 델, 엔비디아, TSMC 등의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애플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삼성전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점이 감안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글로벌 공급망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자, 미 제조 능력의 부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관세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굴복했다는 평가에 가깝다. 실제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랜드중국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면제 대상에 포함된 물품의 지난해 수입 규모는 3900억 달러(약 556조원)다. 이중 중국산이 26%로 1010억 달러(약 144조원)를 차지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 비중의 9%에 해당하고, 또 다른 면제 대상인 가전제품과 반도체 관련 물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22%에 달한다.

특히 이들 품목의 상당수는 알리·테무 등 중국의 유통업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저가로 다량 공급되고 있다. 관세가 면제될 경우 5월부터 800달러(약 114만원) 이하의 소포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도 허점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채 이은 ‘아이폰 굴복’…약점 노출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 금리가 동시에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돌연 90일 유예했다. 월가 일각에선 중국이 시장 교란을 위해 미 국채를 다량 매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7608억 달러(약 1085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1조793억 달러·약 1539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김영옥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국채 금리 때문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데 이어, 3일만에 가격 폭등 우려가 커진 스마트폰 등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스스로 약점을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했던 관세로 인한 대중 레버지리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국채 금리와 주요 품목의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 노출됐다”며 “미국의 약점은 향후 중국엔 협상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시점을 14일로 특정했다. 미 언론은 “해당 법에 따라 철강과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반도체 관세도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145%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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