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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퀴를 차고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핀수영'.

팔을 젓지 않고 오로지 허리의 힘만으로 나아가는 수중 스포츠입니다.

21살 A 씨는 지난해까지 경남의 한 체육회 소속 핀수영 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주말도, 휴일도 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핀수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국가 대표가 될 날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7월 전국체전을 두 달여 앞두고 13년 선수 생활을 접었습니다.

훈련 중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가슴뼈가 골절됐기 때문입니다.

폭행의 이유는 쉬는 시간에 멍하게 있었다는 것.

"'이지'라는 시간이 있거든요. 화장실을 가거나 몸을 푸는 시간이요. 저는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걸 보시더니 큰소리로 욕설하시면서 다들 물에 안 들어가냐? 그래서 저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핀을 들고 물에 들어가려는데 감독님이 저만 따로 불렀습니다. 욕설하시면서 '너 왜 멍때리고 있냐'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멍 안 때렸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는데. '뭐 했냐고 묻잖아'라고 하시길래 '다리 마사지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목덜미 잡혀서 창고실로 끌려갔습니다. 오른 쪽 뺨 2대를 맞고 흉부를 주먹으로 가격당했습니다. 숨이 안 쉬어져서 제가 이제 좀 웅크려서 뒤로 헛걸음질 치고 있는데 '손 내려라.' 하시길래 제가 손 내리며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드디어 죄송한 표정이네'…."

선수는 폭행 뒤에도 감독의 지시로 물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죄송하다며 빌었더니 당장 물에 들어가라고 하셔서 바로 물에 들어갔는데 수영하면서 숨이 안 쉬어져서 올라왔습니다."

다른 감독들도 폭행을 목격했지만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올라와서 울고 있는데 다른 감독님이 저한테 오셔서 '너는 왜 맞아야 잘하냐' 말씀하시면서 웃더라고요. 나머지 감독님들은 말 한마디도 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

피해 선수는 감독이 평소에도 폭언과 괴롭힘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제가 20살 때 팀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저한테 욕설하고 막 죽고 싶냐, 그러고. 넌 진짜 맞아야 된다....어떤 날은 술 먹어서 집까지 대리운전 시키고... "

선수는 전치 4주 가슴뼈 골절을 진단받았지만, 폭행 뒤에도 진심 어린 사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때려서 조절이 잘 안된 것 같다, 너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성실한 선수가 잘 못해 충격요법을 주고 싶었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감독이 속한 체육회의 대응도 부실했습니다.

체육회는 폭행 사실을 알고도 감독에 대한 즉각적인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폭행의 후유증으로 훈련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전국체전 출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체육회: 오늘 급여 들어왔죠? 원래 지난달에 사직 처리하고 한 건데. 감독님도 선수 생활을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놔뒀어요. 사직 처리 안 받고...체전 참가 등록을 오후 3시까지 하거든요. 선수 생활 하실 의향이 없으신지 마지막으로 물어보려고 전화했습니다.

선수: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니고...

체육회: 안타깝고 아쉽고 해서요. 성적은 당연히 기대를 못 하는 거죠. 체육회 입장에서도….

참다못한 피해자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관련 조사와 징계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사이 감독은 전국 체전 출전에 출전했고 그해 12월에는 체육회와 재계약까지 맺었습니다.

올해 2월 법원은 감독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대한수중핀협회 경기인등록규정에는 선수를 폭행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감독의 1심 형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12년간 대한 수중 핀 협회에 지도자로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2심에서 감형돼 벌금형이 내려진다면 지도자로서의 복귀가 가능합니다.

아직 체육회가 해당 감독에 대한 '지도자 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항소했고 피해자는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모든 사람이 꿈을 꾸듯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저는 수영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언젠가 올림픽 종목에 핀수영이 채택되기를 고대하며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반짝이던 제 꿈은 단 한 사람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운동 선수들 중 자신에게 감히 반항하지 못할 순종적인 저를 계획적으로 골라서 끌고 갔습니다.
이 사실이 저를 아직도 괴롭게 합니다.
감독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싸우지 못한 저를 원망하게 됩니다.
피해자인 제가 폭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일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폭행 감독의 지도자 징계를 결정하기 위한 해당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는 오는 15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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