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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83
헌재 가처분 인용으로 재판관 임명 막아야
‘내란 연루설’-‘대선 야망설’-‘책임 회피설’ 분분
국회 두번째 탄핵소추 주저하면 안 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머리발언을 마친 뒤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49년생입니다. 76살입니다.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상대를 나왔습니다.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그의 공직 이력은 너무 화려해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 산업연구원장,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주미대사, 무역협회장을 거쳐 다시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습니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고 조기 대선을 관리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는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습니다. ‘1차 한덕수의 난’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습니다. 나중에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대로 국회 선출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은 형식적인 임명권만을 갖습니다. 머리 좋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는 12월27일 탄핵소추됐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뒤를 이은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한창·정계선 재판관 2명만 임명했습니다. 국회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가 인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버텼습니다. 기가 막히는 일이었습니다.

올 3월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기각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복귀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대로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고 6·3 대통령 선거를 관리하는 것이 그의 진짜 마지막 임무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는 느닷없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과 함께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로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습니다. ‘2차 한덕수의 난’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입니다. 대통령 궐위 시의 권한대행이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머리 좋은 한덕수 대행이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예컨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법원장과 대법관 등의 임명과 같이 사법권의 구성에 관한 권한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밖이라고 보아야 한다. 개각 등 행정부 내의 최고위직 공직자에 대한 임면권의 행사도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 (2022년 성낙인, ‘헌법학’)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차 한덕수의 난’은 국회가 진압했습니다. ‘2차 한덕수의 난’은 헌법재판소가 진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이 헌법 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이 ‘중대한 헌법질서 위반’으로 ‘국회의 헌법기관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 심판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가처분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재판관 5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합니다. 4월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에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재판관 임명 절차는 중단됩니다.

6·3 대선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재판관들을 임명하면 됩니다.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한덕수 권한대행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저는 ‘1차 한덕수의 난’ 때 내란 연루설, 대선 야망설, 책임 회피설 세가지 분석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역시 첫번째 ‘내란 연루설’입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덕수 권한대행과 비상계엄을 사전에 미리 의논하고도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실은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사전에 비상계엄을 의논했다”고 말하는 순간 한덕수 권한대행은 내란 공범이 됩니다.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입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인질’로 붙잡혀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두번째 ‘대선 야망설’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권한대행과 통화하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한국 사정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덕담 차원에서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비서실에서 누군가 미국 쪽에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귀띔해줬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과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연일 한덕수 대행 대선 출마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덕수 대행이 출마하면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리스크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혼란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1대 대선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 요청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려면 오는 15일까지 경선 후보로 등록해야 합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덕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합니다. 뭐라고 대답할까요?

세번째 ’책임 회피설’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평생 공무원을 한 사람입니다. 공무원은 정치인과 달라서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위험한 결정을 잘 하지 않습니다.

‘1차 한덕수의 난’ 때 제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나온 경기고 얘기를 기사로 쓴 적이 있습니다. 고교 입시가 있던 시절 경기고는 전국의 수재들이 들어가던 최고의 학교였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최규하·고건· 황교안· 한덕수 네 사람이 다 경기고 출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점잖은 독자 한 분이 저에게 이런 글을 보내왔습니다.

“과거 생각이 납니다. 12·12 에서 5·18 기간 동안 최규하 대통령, 신현확 국무총리, 민관식 국회의장 직무대행, 이영섭 대법원장 모두가 경기고 출신들이었지요. 저 자신 경기 출신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단순히 전국의 수재가 모인 곳이 아니라 일제하 친일 관료 양성기관으로서의 그 폐해가 아직도 이어지는 듯 합니다.”

저는 죄송스런 생각이 들어서 “경기고 출신 중에 훌륭하신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학교 출신들이 역사적 고비에서 조금 더 당당하게 처신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에서 기사를 썼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전문직에서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많지만 지적하신 대로 역사적 고비에서는 특히 영향력이 큰 공직자들은 대부분 기회주의적이었습니다. 그 학교 출신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한덕수 권한대행도 과거 역사적 고비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했던 경기고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뒤를 따르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완규·함상훈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그냥 둬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회가 다시 탄핵소추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3월24일 복귀한 뒤 4월8일이 되어서야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위헌·위법 행위입니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을 침해한 위헌·위법 행위입니다.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탄핵소추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덕수 권한대행을 또 탄핵소추하면 역풍으로 이재명 전 대표 대선 가도에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일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어설프게 정무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권성동 원내대표 말대로 대한민국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입니다.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90일 간 유예했습니다. 6·3 대선 관리는 다음 순위의 국무위원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단호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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