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용어사전 > 후후월드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군인들의 식사를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만들겠다. 패스트푸드점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맛있게."

미군이 부대 급식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있다. 선봉에 선 로버트 어바인(59) 셰프는 취임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레스토랑: 임파서블' 등 유명 푸드쇼 진행자로도 알려진 그는 요즘 프레터-600 제트기에서 살다시피 한다. 미군 기지에서 기지로 날아다니며 군인들의 식생활을 개선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미군 수뇌부는 병사 식당에 대해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식생활에 문제가 있단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군 부대 내의 식당 개선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어바인 셰프(가운데). 신병처럼 바짝 깎은 머리 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미군 수뇌부가 군인 식생활이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인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 군사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시큐리티 프로젝트가 발간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 현역 군인 중 70%가 과체중, 21%는 비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군인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군 식당에서 나오는 요리가 영양 기준은 충족했어도 많은 군인이 맛없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결국 상당수는 기지 안팎의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 미 최대 육군 훈련소인 포트 잭슨에는 버거킹, 피자헛, 서브웨이 등이 있다. 크리스토퍼 모한 미 육군 군수사령관 대행(중장)도 NYT에 "우리는 군인들이 매일 버거킹에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에 어바인 셰프는 최근 포트 잭슨 등에 건강식 식당인 '빅토리 프레시'를 열었다. 식당에선 칠면조 요리, 미트로프(고기와 밀가루를 섞어 구운 요리), 브리스킷(소고기 바베큐) 등과 함께 샐러드, 통밀 파스타 등을 제공한다. NYT에 따르면 자신을 육군 원사라고 소개한 조슈아 비틀은 어바인 셰프에게 "군 생활 28년간 먹어본 요리 중에 여기서 먹은 게 가장 맛있었다"고 극찬했다. NYT는 "향후 35개 미군 시설에서 100개가 넘는 식당을 빅토리 프레시처럼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군 부대 내에 위치한 빅토리 프레시. 고기와 함께 각종 야채가 제공된다. 사진 미 육군
어바인은 이미 지난해 자신이 개발한 메뉴 몇 가지를 컬럼비아대 식당에서 선보였는데,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컬럼비아대 구내식당 담당자인 비키 던은 NYT에 "우리는 세계 어느 대학보다 최고의 음식을 제공한다"면서 "미군 부대에서도 이런 성공 경험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와 부대 내 식사에 관해 의논하고 있는 어바인 셰프. 사진 페이스북 캡처
NYT에 따르면 영국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어바인은 1980년대 영국 해군에서 요리사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길렀다. 1996년 그는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뉴저지주(州) 애틀랜틱 시티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영했던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미군들의 식사 개선에 나선 로버트 어바인 셰프. 사진 페이스북 캡처
문제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8%씩 미국 국방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군인의 신체적 건강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지만, 국방 예산 삭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YT는 "예산 감축이란 악조건 속에서도 어바인이 군인들의 식사를 성공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415 기억하세요, 희망은 좋은 것입니다 [그림판] 랭크뉴스 2025.04.14
48414 이성배 아나운서, MBC 퇴사…홍준표 캠프 대변인 맡아 랭크뉴스 2025.04.14
48413 검찰, '선거법 위반' 김혜경 항소심도 벌금 300만원 구형 랭크뉴스 2025.04.14
48412 경찰, 박나래 자택 절도 피의자 검거…"단독범행·전과 다수"(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14
48411 “몇 시간 사건을 내란으로”…“국헌문란 폭동 일으켜” 랭크뉴스 2025.04.14
48410 11년 만에 세월호 참사 결론…“선체 내력 부실” 랭크뉴스 2025.04.14
48409 유동규 "이재명 당선되면 꽃게밥 된다…살려달라" 호소 랭크뉴스 2025.04.14
48408 '서부지법 난동' 변호인 "천대엽 탓 구속" 주장에 재판부 질책 랭크뉴스 2025.04.14
48407 경선 흥행 ‘빨간불’?…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3→2회로 랭크뉴스 2025.04.14
48406 이재명, 첫 행보로 'AI 스타트업' 방문‥김두관 "경선 거부" 랭크뉴스 2025.04.14
48405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경북 구미 야산서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5.04.14
48404 “내란 공모 정당”에 폭발…본회의장에 무슨 일이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4
48403 민주 대선 경선, 이재명·김경수·김동연 ‘3파전’ 구도…김두관 불참 랭크뉴스 2025.04.14
48402 투자형 지주사 ‘인베니’ 지분 늘리는 구자은 LS 회장 두 딸 랭크뉴스 2025.04.14
48401 제3지대·무소속 출마 가능성 묻자…유승민 “백지 상태서 고민” 랭크뉴스 2025.04.14
48400 ‘의원 끌어내라’ 거부한 군 지휘관 “항명죄 구형 받은 박정훈 대령 떠올랐다” 랭크뉴스 2025.04.14
48399 "박나래 집서 훔친 금품, 장물로 내놓기도"…절도범 정체 보니 랭크뉴스 2025.04.14
48398 유승민, 무소속·제3지대 대선출마 의향에 "백지상태서 고민"(종합) 랭크뉴스 2025.04.14
48397 동원F&B, 상장폐지…동원산업 100% 자회사로 편입 랭크뉴스 2025.04.14
48396 군 간부들 "의원 끌어내라 지시 있었다" 尹 "증인신문 순서에 정치적 의도" 랭크뉴스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