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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내리고 일본은 금리 올려
관세 폭탄에 ‘안전통화’ 엔화 매수세
더 나빠진 국내 경기, 원화에 더 불리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일본 오사카 도콘보리. 하나투어


“엔화 쌀 때 더 사둘 걸...”

다음달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는 회사원 김모씨(27)는 요즘 마음이 불편합니다. 지난해 9월 도쿄를 여행할 때엔 100엔당 850원대에, 올해 3월 오사카를 여행할 땐 940원대에 환전을 해뒀는데 이달 들어선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1020원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싼 맛’에 일본을 가던 시절은 지났을까요. 엔화는 지난해 7월부터 서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로 엔화가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지난해 8월 금융시장을 공포에 빠뜨렸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엔화는 왜 오르고,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싸게 갔던 일본, 이젠 20% 비싸게?

원·엔 재정환율은 11일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1006.91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9일엔 1020.91원(오후 3시30분기준)까지 오르며 지난 2022년 3월17일(1022.2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7월11일만 해도 엔화는 100엔당 852.7원이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6.3%, 코스피지수는 20% 하락했으니 엔화를 사서 들고 있어도 주식보다 압도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셈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20%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여행을 가서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과거보다 20% 더 비싸게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이 근래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니 ‘일본 여행족’이 체감하는 구매력은 더 나빠진 겁니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기준으로 상대적 구매력평가(PPP)를 통해 대략적인 구매력의 변화를 계산해보면, 일본 여행족의 실질구매력은 약 22.9% 떨어졌습니다. 쉽게 말해 과거엔 85만원에 10만엔 어치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4만원을 줘야 10만엔 어치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 여행이 예전만큼 ‘가성비’있다고 보긴 어려워 진거죠.

이처럼 원·엔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데엔 ①엔화 자체가 강세를 보인 영향도 컸고 ②원화 자체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작용했습니다.

이젠 금리있는 시대로···일본의 ‘정상화’



지난해 7월을 계기로 엔화는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에 미국과 한국간 금리차가 중요하듯이, 엔화 역시 미국과의 금리차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당시 미국이 금리인하, 일본은 긴축(금리인상)을 추진하면서 엔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돌변했습니다. 지난해 7월3일 달러당 162엔으로 37년만에 ‘초엔저’를 기록했던 엔·달러환율은 약 한달만인 8월5일 141엔선까지 급락했습니다. 9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엔·원환율도 덩달아 갑작스럽게 100엔당 960원대까지 치솟았죠.

폭등한 엔화를 계기로 주식시장 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가 발생하자 깜짝 놀란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엔화가 약세를 보였는데요. 지난 4분기부턴 미국도 빠르게 기준금리를 내리고 일본은행도 높아지는 물가와 임금 인상률을 보고 올해 1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엔화가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기름을 부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입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통화인 엔화 ‘폭풍 매수’에 나서면서 엔화가 달러당 149.5엔에서 11일엔 장중 142엔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통상 이렇게 금융시장이 불안할땐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요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지 않고 대신 금 혹은 엔화를 산겁니다. 갑작스럽게 말을 바꾸고 경기침체를 야기하는 트럼프, 나아가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미국 주식, 달러를 팔아치우고 대신 다른 자산을 사들인거죠. 미국이 관세때문에 경기가 워낙 안좋아지니 금리를 인하해 미국과 일본간 금리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엔화를 강세로 만들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 영향도 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tv 캡쳐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원·엔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안 좋았던 경기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사태와 각종 재난을 거치면서 더욱 안 좋아지고 있죠. 수출주도형 경제 특성상 국내 경제성장엔 수출이 중요한데 트럼프 관세 폭탄에 전망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간에 낀 한국만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죠.

원화 가치엔 이같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반영돼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니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죠.

또, 엔화와 달리 원화는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이 아닙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하다고 보는 엔화와 유로화를 놔두고 굳이 원화를 살 필요는 없겠죠.

원·엔환율이 오르면 일본 여행족이 체감하는 일본에서의 구매력은 악화된다. 챗GPT


앞으론 어떻게 될까요. 엔화가 1200원이 되기 전에 1000원대인 지금이라도 환전해둬야 할까요?

트럼프 정책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만큼 엔화의 향방 역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후인 지난 10일 엔화는 달러당 144엔에서 148엔까지 올랐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20원에서 99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관세 불안이 계속돼 엔화에 자금이 빠르게 쏠린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변화된다면 언제든 엔화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방향성은 원·엔 환율 상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가와 임금의 상승세를 확인한 일본은 점차 금리를 인상하려 하고 있고, 한국은 경기부진에 점차 금리를 낮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관세발 경기침체 우려에 일본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가 엔화 약세를 두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엔화 절상을 마냥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애당초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초엔저를 해소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인 만큼 일본 입장에서도 엔화 강세를 유도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것이죠.

미국발 통화정책 등 변수가 많지만 100엔당 850원이었던 시절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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