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상향 혜택, 젊은 세대일수록 커…크레디트 확대도 청년 혜택
젊은 세대일수록 수익비 낮지만 개혁 前엔 더 낮아…과거엔 고금리 등 환경
국민연금 무용론? 사적연금보다 수익비 높아, '사회적 부양' 효과 고려해야
젊은 세대일수록 수익비 낮지만 개혁 前엔 더 낮아…과거엔 고금리 등 환경
국민연금 무용론? 사적연금보다 수익비 높아, '사회적 부양' 효과 고려해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삼담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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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오진송 권지현 기자 = 18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랜 진통 끝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곧바로 3040 젊은 여야 의원들이 청년층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했고,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까지 가세하며 대선 쟁점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청년들의 여론 역시 부정적이어서, 지난달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60% 안팎이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청년들의 불만은 크게 '더 내고 더 받는' 이번 개혁안이 청년세대에게 불리하다는 것과, 이번 개혁과 무관하게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불공평과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으로 나뉜다.
이 같은 불만은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소득대체율 상향 혜택, 기성세대만 누린다?…젊은 세대일수록 커
지난 2일 공포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향후 '받을 돈'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올해는 41.5%)에서 내년부터 43%로 올리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성세대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리느라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됐다고 비판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연금개혁 규탄 집회에 참석해 "우리가 (소득대체율) 3%를 더 받겠다고 청년들에게 수천조의 빚을 떠넘기는 양심 없는 어른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금개악 규탄 집회서 발언하는 김문수 전 장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연금개혁청년행동 주최 '연금개악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1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연금개혁청년행동 주최 '연금개악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11 [email protected]
여기서 '우리'가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김문수(74) 전 장관의 동년배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이번 소득대체율 상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내년부터 납부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상향된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50대라면 올해 낸 돈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 41.5%, 내년부터 은퇴 시까지 낸 돈에 대해선 43%가 적용돼 추후 연금액이 결정되는 식이다.
그러므로 납부 기간이 더 많은 젊은 세대일수록 이번 소득대체율 상향에 따른 수급액 인상 폭이 더 커진다.
13일 보건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내년 50세가 되는 1976년생(월 소득 309만원·40년 가입·25년 수급 가정)의 경우 연금개혁 전후 총 연금액이 522만원 늘어나고, 내년 20세인 2006년생은 2천170만원 늘어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를 제일 많이 보는 건 20대"라며 중장년 소득대체율을 높이려고 청년을 희생시켰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험료를 낼 기간이 긴 젊은 세대의 생애 총 보험료가 이번 보험료율 인상으로 더 크게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50세 가입자가 낼 총 보험료는 개혁 전후 964만원 늘어나지만, 20세는 보험료율 9%일 때 1억3천349만원에서 13%일 때 1억8천762만원(수익률 5.5% 가정시)으로 5천413만원이 증가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연금개혁을 하지 않고 20세의 보험료율이 쭉 9%로 유지될 것이란 가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는 기금을 쌓아두는 '적립식'이지만 이대로면 적립금은 2056년 소진되고 이후 그해 걷은 보험료 수입으로만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은 훨씬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 20세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14.3%, 총 보험료는 2억1천239만원에 달하므로, 이번에 13%로 올림으로써 총 보험료가 오히려 2천477만원 줄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연금개혁 시 보험료·연금액 변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보건복지부 제공]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보건복지부 제공]
40∼50대의 경우 개혁 없이도 이들이 은퇴해 수급자가 됐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기금이 유지되므로 이번에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급격히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위험은 없다.
아울러 이번 개혁안엔 군 복무와 출산 기간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가 확대됐는데, 이 역시 군 복무와 출산 연령인 20∼30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청년 수익비 낮지만 개혁前엔 더 낮아…과거 超고금리·적립금기여 고려해야
다만 이번 연금개혁 전에도, 이후에도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대체로 '덜 내고 더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는 99개월간 총 65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2001년부터 20년 넘게 총 1억1천8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한 수급자의 내역서가 화제가 됐다. 낸 돈 대비 받은 돈 비율인 수익비가 18배에 달한다.
제도 초기 특례가 적용된 가입자의 극히 예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엔 보험료율이 3%,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기 때문에 수익비가 상당히 높았다.
현 가입자들만 놓고 봐도 연령대별로 수익비 차이가 난다.
1976년생의 경우 수익비가 개혁 전엔 2.75배, 개혁 후 2.6배다. 젊은 세대일수록 낮아져 2006년생의 수익비는 개혁 전 1.38배(부과식 전환 가정시), 개혁 후 1.68배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1976년생의 수익비는 줄고, 2006년생의 수익비는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세대 간 격차가 있다.
다만 여기에도 고려할 요소들은 있다.
초기에 보험료율을 낮게, 소득대체율을 높게 설정한 것은 제도 안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당시엔 금리 수준이 두 자릿수라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고 기금 수익률도 높았기에 기성세대 수익비가 과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낸 돈과 받은 돈을 토대로 환산한 기대수익률은 1962년생 연 7.72%에서 점점 낮아져 1970년생 6.38%, 1982년생 5.98%, 1992년생 5.83%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
가입자들이 낸 돈을 굴려 거둔 기금운용수익률은 1988∼1999년 연 평균 7.5%, 2000∼2024년 6.5%여서, 1963년생 이후부터는 수급자들의 연금 수익률보다 기금운용수익률이 높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공단으로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으니, 무리하게 과도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초기 가입자들이 현재 1천20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에 기여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갈현숙 한신대 교수는 "기성세대가 적립금을 쌓아놓지 않고 완전 부과방식으로 운영했다면 보험료율을 더 급격히 올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기금을 쌓아놓기로 함으로써 후세대 부담을 낮춰준 것"이라며 "초기 세대들이 낸 돈을 복리로 계산하면 그렇게 많이 받아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사적연금 대비 수익비 여전히 높아…'사회적 부양' 기능 필요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차치하고라도 젊은 세대일수록 국민연금에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향은 이전부터 있었다. 당장의 보험료는 부담스럽고 은퇴 후 수급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기금 고갈의 암울한 전망까지 쏟아져 청년들의 연금 회의론을 키운다.
기금 소진 시점이 새로 발표되거나 연금개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국민연금을 중도 해지해 개인적으로 굴리고 싶다는 불만에 더해 국민연금이 국가 주도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연금 고갈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그러나 일단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고 해도 연금을 못 받는 건 아니다. 부과식으로 전환해 계속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미 부과식으로 운영 중이다.
부과식이면 연금 보험료율이 지금보다 높아야 하지만, 국고를 투입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그 전에 기금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완전 부과식으로 가는 것을 늦추거나 아예 막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것이 연금개혁의 이유이기도 하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폰지 사기의 결말은 연금을 못 받는 건데 분명히 지속가능한 해법이 있다"며 "현재 기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연금개혁을 하고 수익률을 유지시키면 충분히 준적립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 법에는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가 공적연금을 지급하지 못해 연금 부도를 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도 연금을 대폭 줄이긴 했으나 지급은 계속했다.
제갈현숙 교수는 "어떤 국가가 연금을 못 줄 상황까지 되면 연금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인 10명 중 4명 빈곤층 '2년 연속 악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노인빈곤율이 2년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5.2.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노인빈곤율이 2년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5.2.3 [email protected]
수익비 1배 미만의 사적연금과 비교하면 국민연금 수익비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도 국민연금 무용론의 근거는 약하다.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비가 1.5배라고 쳐도 직장인의 경우 보험료의 반은 회사가 내는 것이므로, 개인이 낸 보험료만을 기준으로 한 수익비는 3배인 셈"이라며 "이를 포기하고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못박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익률이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사회적 부양'이란 국민연금의 공적기능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화 속에서 공적연금이 없다면 노인 부양을 모두 자녀가 사적으로 져야 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석재은 교수는 "연금은 사적연금 상품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 인프라이고 필수 장치"라며 "부모 세대는 사적 부양과 사회적 부양을 섞어서 한 세대이고, 지금 청년 세대는 사회적 부양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수익비만으로 세대 간 공평성을 따질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연명 교수도 "연금을 얘기할 때는 '우리 부모는 누가 돌보는가', '내 노후는 누가 책임지는가'를 생각해야지, 내는 돈과 받는 돈만 따져 불공평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국민연금이 폰지 사기라는 식의 인식을 심어주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민간 사보험 시장"이라며 "무엇보다 연금엔 재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층 노후보장 수단으로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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