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흙 잡아줄 숲 사라져 집중호우에 취약…산림청·지자체 대책 마련 나서


타는 아픔
3월 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청·하동=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산청과 하동에서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며 산림이 대거 소실됨에 따라 산사태 위험 우려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산청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해 열흘간 하동 등 인접 지역까지 번진 산불의 피해 면적은 1천858㏊로 축구장 2천602개에 달한다.

특히 하동에서는 주불이 잡힌 지 약 일주일 뒤인 지난 7일 옥종면 한 야산에서 또 불이나 이틀간 축구장 100개 면적인 70㏊가 추가 피해를 봤다.

화마가 남긴 상처가 아물지 못한 상황에서 집중호우라도 쏟아지면 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숲이 사라져 산사태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펴낸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과학원이 2005년 전북 남원지역 산불피해지를 5년 뒤 조사한 결과 산사태 발생 비율이 일반 산림지역에 비해 200배나 높았다.

산불 피해지역은 토양의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을 쓸고 내려가게 된다.

산불로 죽은 나무의 뿌리가 부패하면서 토양을 붙잡고 있는 힘이 떨어져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를 대상으로 시간 간격을 두고 토사량을 측정한 결과, 산불 발생 2년이 지나도 토사량이 일반 산림에 비해 3∼4배 많았다.

이번에 산청과 하동에서 대규모 산불 피해를 본 지역은 경사지 아래 지어진 주택이 많고, 산에 자리 잡은 과수원이나 농장도 있다.

하동 옥종면 산불
4월 7일 낮 12시 5분께 경남 하동군 옥종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산림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곳 산들은 주로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은 등 지형이 험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에 탄 나무가 벌목되지 않고 그대로 산에 남아, 호우 시 휩쓸려 내려 민가나 농장을 덮칠 가능성도 있다.

피해 지역에 조림사업을 할 필요가 있지만, 산불이 나면 땅속 유기물이 사라지기 때문에 당장 나무를 심더라도 죽거나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더욱이 불탄 나무를 벌채하려면 내년 이후에야 가능해 본격적 조림사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림청과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은 산불영향구역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해당 지역에 긴급 진단팀을 급파했다.

진단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 발생 우려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장기로 나눠 복구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기상청과 산림청의 장기예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산사태 위험지역 예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경남도는 한국치산기술협회 산림공학기술자로 구성된 긴급진단반을 투입해 산불영향구역을 긴급 진단했다.

진단 결과 산지사방 11.6㏊, 계류보전 26.8㎞, 사방댐 24곳을 항구복구 대상지로 분류했다.

도는 이를 토대로 산림청 합동현장조사를 거쳐 최종 복구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청군과 하동군도 복구 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사방댐이나 옹벽, 낙석 방지망 등 구조물을 설치해 산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당장 나무를 심기 힘들기 때문에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사방댐과 같은 구조물 설치를 우선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관련 예산 확보부터 설계, 시공까지 속도를 내 우려하는 산사태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432 광명사거리역서 상수도관 누수로 물 솟아…"지반침하 위험 없어" 랭크뉴스 2025.04.14
48431 반도체 상호관세 면한 애플...팀 쿡 ‘조용한’ 리더십 먹혔나 랭크뉴스 2025.04.14
48430 민주 대선 경선, 이재명·김경수·김동연 ‘3파전’ 구도…김두관 ‘거부’ 랭크뉴스 2025.04.14
48429 양자 대결서 '중도층 과반' 이재명 지지‥국민의힘, 한덕수 차출론 '시끌' 랭크뉴스 2025.04.14
48428 출마 첫 일정 ‘인공지능’ 챙긴 이재명 “100조 투자 ‘AI 기본사회’ 연다” 랭크뉴스 2025.04.14
48427 대선 변수로 떠오른 한덕수…‘반 이재명 연대’ 가능성은? 랭크뉴스 2025.04.14
48426 '계엄 정당' 주장 계속‥다음 재판은 21일 랭크뉴스 2025.04.14
48425 "그 돈이면 딴 데 가지"…아이들도 시시해 하던 '레고랜드'서 어른들 비명소리가? 랭크뉴스 2025.04.14
48424 도심 속 13m 여성 누드 조각상…"이런 게 예술? 눈살 찌푸려진다" 랭크뉴스 2025.04.14
48423 10대 소녀 37명 불타죽었다…사과궤짝 위 '악몽의 부검' 랭크뉴스 2025.04.14
48422 재택근무 중 일하는 척 키보드 '2100만번' 톡톡…'월급 루팡' 경찰의 최후 랭크뉴스 2025.04.14
48421 국내 최초 개인용 컴퓨터 개발한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별세 랭크뉴스 2025.04.14
48420 군 간부들 "의원 끌어내라 지시 있었다" 尹 "증인신문 순서 정치적 의도" 랭크뉴스 2025.04.14
48419 "다이소 또 일냈다"…건기식 이어 내놓는 '가성비' 상품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14
48418 김동연 자서전, 예약 판매 엿새만에 베스트셀러 1위 랭크뉴스 2025.04.14
48417 트럼프 관세발 '트리플 약세'에 미국 경제위기 빠지나 랭크뉴스 2025.04.14
48416 홍준표, “이재명 심판” 출사표…‘한덕수 차출론’엔 “비상식적” 랭크뉴스 2025.04.14
48415 기억하세요, 희망은 좋은 것입니다 [그림판] 랭크뉴스 2025.04.14
48414 이성배 아나운서, MBC 퇴사…홍준표 캠프 대변인 맡아 랭크뉴스 2025.04.14
48413 검찰, '선거법 위반' 김혜경 항소심도 벌금 300만원 구형 랭크뉴스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