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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 참가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 스페이스 원지
“어제는 부산글로벌도시재단 관계자가 다녀갔고, 오늘은 컨벤션대행사 직원 15명이 찾아오는 등 대관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만난 ‘스페이스 원지’ 김보현(61) 대표의 말이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2가 물양장(소형 선박 부두)에 위치한 스페이스 원지는 낡은 보세 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다. 지난 2월 21일부터 3일간 게임업체 ‘프로젝트 문’에서 진행한 행사에는 게임 매니아 1만여명이 방문해 동네가 들썩였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소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게임 행사인 줄 알았는데 21일 새벽 4시부터 대기줄이 서더니 건물을 두 바퀴 돌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며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하는 ‘지스타(국제게임전시회)’의 축소판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지난해 12월에 5일간 진행한 벼룩시장 행사인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에는 총 3만여명이 다녀갔다.



선박 부두에 들어선 카페 이색적인 공간미로 행사·전시 장소 인기
2024년 6월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 '부산국제건축디자인워크숍' 모습. 사진 스페이스 원지
스페이스 원지를 필두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일대가 새로운 컨벤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봉래동은 조선 관련 산업으로 부흥을 이뤘으나 2010년 전후로 조선업이 쇠퇴하자 보세창고는 빈 채로 남게 됐다. 부산 원도심(중·서·동·영도구)인 영도 인구는 1995년 20만명이 넘었으나 올해 3월 기준 10만명을 겨우 넘고 있다. 2016년 전국 광역시 구·군 가운데 최초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 영도구는 노인 인구 비중이 33%(2024년 기준)로 부산시에서 가장 높다.

그러다 2019년 3월 보세창고를 과감하게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무명일기’가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12월 부산 커피브랜드인 ‘모모스커피’가 문을 열자 봉래동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3305㎡(1000평) 규모로 스페이스 원지가 들어서자 주말마다 주차난이 벌어질 정도로 유동인구가 늘었다.

무명일기 김미연(38) 대표는 “처음에는 카페로 시작했는데 이색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대관 문의가 잇따랐다”며 “6년간 총 200여회의 행사를 치렀고, 누적 방문객은 20여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무명일기는 2023년, 스페이스 원지는 2024년 부산 유니크 베뉴로 선정됐다. 유니크 베뉴는 독특한(unique) 장소(venue)의 합성어로 부산관광공사가 2022년부터 선정해 오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총 38곳이 선정됐다.

무명일기에서 지난해 말 포럼 행사를 진행했던 오모(53) 씨는 “행사 주최자는 항상 새로운 공간을 찾기 마련”이라며 “부산 벡스코와 같은 딱딱한 회의실이 아닌 편안하면서도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무명일기를 행사장으로 선택했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4일 '무명일기'에서 열린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행사 모습. 사진 무명일기


전문가 “유니크 베뉴에 재정적 지원 통해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유니크 베뉴로 선정된 업체에 지자체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크 베뉴가 활성화되면 문화적 다양성 확보는 물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컨벤션센터인 벡스코는 지난해 행사 1154건을 개최해 전시장 가동률이 64%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오창호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벡스코는 대관비가 비싼데다다 중·소형 행사를 치르기에는 너무 넓다”며 “천편일률적인 회의실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행사를 치는 유니크 베뉴를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크 베뉴로 선정된 업체는 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포트폴리오를 세워서 행사 기획자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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