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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참석자 어깨에 나비 모양 장식물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봄비가 내리는 12일 서울 경복궁 앞, 시민들 어깨 위로 ‘노란 나비’가 팔랑거렸다. 세월호참사 1주기에 전해져 이제는 모든 광장의 노래가 된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 맞춰 노란 나비 모양 종이를 어깨에 붙인 시민들이 몸을 들썩였다. 참혹함과 비통함을 딛고 생명, 안전, 진실, 기억,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 된, 4월16일이 나흘 남았다.

오는 16일 세월호참사 11주기를 맞아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 약속 시민대회’(세월호 시민대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나비를 저마다 어깨에 품고,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어둠은 빛을,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으며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음’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끌어 낸 경복궁 앞 광장이 이날은 세월호 시민대회 현장이 돼 노란색 물결로 뒤덮였다.

이날 세월호 시민대회에 노란 천막 아래는 ‘노란 리본 만들기, ‘미니 고래 풍경 만들기’, ‘나한테 맞는 세월호 관련 사회대개혁 과제 찾아보기’ 등 시민참여 부스 30여개가 마련됐다. 한쪽에 놓인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생명안전을 위한 우리의 요구’ 판넬에 시민들은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기억은 힘이 세다’, ‘세월호 7시간 공개하라. 밝히고 참회해야 잊지 않는다’ 등의 글을 직접 적어넣었다.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자리한 부스들. 고나린 기자

시민들은 11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분노, 죄책감,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저마다 전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김기범(27)씨는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또 다른 참사들이 이어졌고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반복됐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 건지, 나아진 게 없어 참담하다”며 “진상규명만이 반복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에서 온 신아무개(59)씨는 “참사 당일 티브이를 보며 ‘처음엔 전원구조라고 했잖아’라며 소리쳤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뭉개버린 이들에 대한 분노를 끝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매년 4월이 되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죄책감이 들어” 이곳에 왔다는 양예림(21)씨는 “우리나라는 아직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오후 4시16분 시작된 본대회 무대에 오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시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모두를 위한 안전 사회를 강조했다. 단원고 2학년9반 고 진윤희양의 어머니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그동안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길 바라며 돈과 권력이 아닌 시민들의 생명, 안전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자고 외쳐왔다”면서 “세월호참사 11주기가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을 향하는 싸움이다. 포기하지 않고 잊지 않고 행동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이재현군 어머니 송해진씨는 “11년 긴 세월 동안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진실을 위해 싸워오신 유가족분들의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며 큰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오신 그 길, 그 흔들림 없는 용기와 인내는 저희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 어둠 속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다”면서 “당신들이 흘린 눈물과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도 그 뒤를 따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변에 세월호참사에 연대하는 ‘깃발 시민’들이 모여 있다. 고나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지난 4개월간 광장을 빛낸 ‘깃발 시민’들도 이날은 깃발 위에 노란 끈으로 리본을 묶고 깃대에 노란 나비를 붙였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광장 내내 한 켠에서 ‘주먹밥 나눔’으로 시민들의 허기를 달래줬던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에게 연대하기 위한 마음이었다. ‘마법학교 입학편지 누락 마법사연합’ 깃발을 들고 경기 용인에서 온 ㄱ(20)씨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세차게 흔들리는 깃발 속에서, 노란 옷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오른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졸업’을 불렀다. 절박하게 ‘잊지 않겠다’는 가사가 반복됐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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