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 비짓서울에 소개된 은평 한옥마을 카페.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카페투어’가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여행 가면 1일 2카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카페를 찾는다.
현지인보다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장소는 어느 나라에나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경우 명동, 광화문, 북촌 한옥마을은 외국인들의 유명 관광지다. 하지만 성수동이나 은평구처럼 전통적인 관광 상권이 아니었던 곳까지도 ‘성지’가 되고 있다.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 여행객들이 한국만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카페투어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수동은 최근 부상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핫플이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성동구 외국인 방문객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6만3683명에서 2024년 296만6472명으로 약 46배 급증했다.
영국 여행문화 잡지 타임아웃은 지난해 ‘2024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38곳을 선정했는데 성수동이 4위로 선정됐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노트르담 뒤 몽’,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메르스 술탄’, 인도네시아 발리의 페레레난 그리고 성수동이 이름을 올렸다. 타임아웃은 성수동 관광 코스의 일부로 카페를 추천했다. “‘비아트 성수’나 ‘슈퍼말차’에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성수동을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표현했다.
‘카페 어니언’은 성수동 대표 관광 카페로 손꼽히고 있다. 붉은 벽돌에서 나오는 한국의 공업지대 분위기와 카페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네이버 지도만 봐도 외국인이 많다는 리뷰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인 한국여행 유튜브 브이로그에 등장하는 간판 앞 인증샷은 필수다. 세계최대여행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한 외국인은 “한국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며 카페 베이커리 ‘호떡빵’을 추천하는 글을 적었다.
한옥을 체험하고 싶을 때 경복궁을 가는 대신 한옥 마을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중 은평 한옥마을이 한국 N회차 방문 관광객들에게 ‘숨은 보석(hidden gem)’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은평 한옥마을이 유명해진 데에는 팬덤 중심 관광의 영향이 크다. BTS 뷔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글로벌 인기를 얻은 배우 변우석이 출연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에피소드 촬영지가 모두 은평 한옥마을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한옥을 체험하는 동시에 내 아이돌, 내 배우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팬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일본인의 한국여행 브이로그에는 벌써 “북촌 한옥마을보다 예쁜 은평 한옥마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eunpyeonghanokvillage”(은평 한옥마을)를 태그한 게시물은 6000개를 넘으며 그중에서도 촬영지였던 카페의 이름 ‘#1人1杯’(1인1잔)을 태그한 게시물은 700개가 넘는다.
또 북촌 한옥마을에 비해 대형 카페들이 많아 관광객이 붐비지 않고 지형이 평탄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도쿄의 한국여행전문사 삼진트래블에서는 은평 ‘카페309’를 “굉장히 크고 북한산을 내려다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3층짜리 카페309를 비롯해 은평 한옥마을에는 카페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5~6층의 대형 카페들이 많다. 은평 한옥마을 외국인 관광객 리뷰들의 공통점이 ‘크다’일 만큼 외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대형 카페가 한국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제일 큰 카페로 등재된 카페가 바로 한국에 있다. 경기도 김포의 카페 ‘포지티브 스페이스566’은 옥상의 루프톱을 포함해 6층으로 이뤄져 총 2190석을 갖췄다. 관광객들이 대형 카페 ‘인증샷’을 찍으러 한국에 방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카페투어와 같은 일상체험 관광 트렌드가 유행하는 이유로 개인 관광객의 증가를 꼽았다. 공사는 “설문조사 결과 ‘식(음식)’ 영역에서 기존의 전통 한식과 전통시장에 대한 언급도 많지만 카페·디저트와 같이 K콘텐츠를 통해 접한 일상적인 것들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하 소설가는 한 방송에서 한국에 카페가 많은 이유로 툇마루의 소멸을 언급했다. 집마다 있던 툇마루가 아파트로 인해 사라지면서 교류의 장이 카페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처럼 사랑방, 작업실, 미팅룸 등의 장소를 임대하는 개념으로 확장돼 카페의 수도 많아지고 크기도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