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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주류, 김문수 대항마로 뜻 모은 듯
“‘4년 중임 개헌’ 승부수 땐 쉽지 않은 싸움 될 수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진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급부상한 데 이어 1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처음 이름을 올리자, 각 당의 손익 계산이 분주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보수의 구심점 구실을 할세라 “내란 공범이 노욕에 빠져 출마 장사를 한다”고 성토하며 김을 빼는 모습이다. 강력한 1위 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항마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힘 주류는 글로벌 통상 위기를 구실 삼아 차출론에 힘을 싣고 있으나, 당내 대선 주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4.9%,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 결과를 보면,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한 권한대행은 2%의 지지를 얻었다. 처음 이름을 올렸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2%를 얻은 것이다.(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 권한대행의 부상에 국민의힘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차출론을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의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앞서나가는 후보가 없는 국민의힘에선, 한 권한대행이 이재명 전 대표 대항마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 관료로 일한 만큼, 글로벌 통상 위기를 헤쳐나갈 적임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가진 점잖은 이미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경험, 호남 출신인 점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곧바로 견제구를 날렸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인 김 전 장관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은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정치의 꿈을 꾼다는 것은 제가 한 번도, 잠꼬대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 전 장관은 “한 권한대행이 그만두면 그 다음은 또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냐.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위해서 그만두면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이 나라 리더십이 흔들리는데 바로 또 본인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그러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될 중차대한 일이 많아서, 굉장히 고민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마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출마를 하게 된다면 또 다른 애국적 결단이라고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 중요한 관세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12·3 내란사태에 연루된 한 권한대행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한덕수 카드’가 보수 결집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계속 1위를 달리자, 국민의힘 주류가 대항마는 한 권한대행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며 “차기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3년만 대통령을 하고 국정을 안정시킨 뒤 물러난다는 전략”이라고 당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으로는 이재명 전 대표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한 권한대행을 내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권한대행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 간 통화’를 부각하는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내란 이후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움츠렸던 온건보수의 결집을 불러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보수 쪽의 전략가들이 한 권한대행을 후보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 권한대행을 실제 옹립하는 데 이르지 않더라도 일종의 ‘플랫폼’으로 사용해 김 전 장관을 제외한 온건보수 세력을 묶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후보들을 묶어 극우의 지지를 받는 김문수 전 장관을 넘어서려는 계산도 있다는 취지다.

이 경우 결국 6·3 대선을 ‘소수의 내란 세력과 다수의 합리적 민주 세력의 대결’로 치르려던 민주당의 전략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2022년 대선처럼 보혁 양 진영이 ‘49대51의 박빙 대결’을 펼치는 한끗의 승부가 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만약 한 권한대행이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3년의 임기 동안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물러나겠다’고 승부수를 던진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완규 법제처장 등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 앞에서도 ‘한덕수 탄핵론’에 거리를 두는 것 역시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을 섣불리 탄핵해, 총리직 사퇴와 대선 출마의 명분을 만들어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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