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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의 맛, 지구 한 바퀴>에 출연한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가 한국을 방문해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유튜브 티저 갈무리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일식이냐 일본 가정식이냐. 프렌치 레스토랑이냐 프랑스 가정식이냐.

같은 나라의 요리여도 음식점 소개에 ‘가정식’이라는 세 글자가 붙으면 아무래도 다른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담긴 모양새는 소박할지라도 ‘진짜’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랄까요. 가정식집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춰 현지화한 요리가 아니라, 외국 식생활의 원형을 만나볼 수 있을 것만 같죠.

무리한 기대도 아닙니다. 집밥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김치찌개, 계란후라이 올린 비빔밥, 끼니마다 식탁 한구석을 차지하는 두어 종류의 김치···. 식문화의 유래를 궁금해 할 필요도 없이,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밥상 풍경입니다.

단일민족 신화가 유독 강한 한국은 더욱 집마다 비슷한 밥상을 차릴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미국처럼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정체성이 확고한 나라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독일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그리고 미국인 딸로 이뤄진 세 식구의 밥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겁니다. 미국 가정식을 기반으로 가끔 한국과 독일 음식이 상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집밥의 맛, 지구 한 바퀴>에서 배우 겸 셰프 안토니 포로우스키(가운데)가 잇사 레이(왼쪽)와 함께 세네갈 요리를 바라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의 6부작 시리즈 <집밥의 맛, 지구 한 바퀴(No Taste Like Home)>(2025)는 이 밥상의 복잡다단함을 개인과 가족 이해의 단서로 활용한 영리한 요리 다큐멘터리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퀴어 아이>로 이름을 알린 배우이자 셰프인 안토니 포로우스키가 할리우드 스타 6명과 함께 그들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떠납니다. 어릴 때부터 이들이 먹고 자란 ‘가족 요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출연자는 영국 출신인 배우 플로렌스 퓨를 제외하고는, 이민자인 부모님 혹은 조부모를 둔 이들입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 출신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있지만, 영미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부모·조부모의 나라를 아주 가깝게 여기진 못합니다. ‘나의 뿌리가 있는 나라이지만,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곳’인 셈이죠. 음식은 그 심리적 거리감을 좁힙니다. 그 나라는 잘 모르더라도, 가족들이 해주던 ‘○○○ 나라의 음식’은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스타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가족의 음식을, 가족의 나라에 가서 직접 찾아다닙니다. 안토니는 행정문서와 기사 등으로 스타의 선조들이 어떤 일을 했고, 왜 이민을 갔는지 등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며 여행을 이끕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전, 각국의 선조들이 일상에서 먹었을 법한 음식을 체험해보기도 합니다.

저스틴 서룩스(오른쪽)과 안토니 포로우스키가 이탈리아의 한 지역에서 조개를 캐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놀라운 것은 음식이 지역을 특정하는 데 유용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배우 저스틴 서룩스는 할머니가 해주던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를 이탈리아에서 찾아다닙니다. 만두 같은 파스타를 육수에 넣은 요리입니다. 그가 선조에 대해 아는 것은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 출신인 증조할아버지가 거의 빈털터리 상태로 뉴욕으로 이민을 와 증조할머니를 만났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데 피아첸차의 셰프는 아주 단호하게 “여기선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를 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도 증조할아버지의 고향은 이곳이 아닌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가 유명한 다른 지역이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계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도 한국을 찾습니다. 4살에 어머니를 여읜 그는 중국계 친할머니가 어머니와 함께 만들던 한국식 짜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는 낯선 한국에서 외할아버지가 살던 ‘홍씨 집성촌’을 찾고, 어머니의 옛 친구들을 생전 처음 만납니다.

한국인 어머니를 4살 때 여읜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가 <집밥의 맛, 지구 한 바퀴>를 통해 한국을 여행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티저 갈무리


저는 서양권에서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에 한국이 끼어 있을 때면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 있지는 않을까, 음식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끼어있진 않을까 걱정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김밥을 소개할 때 “일본 음식처럼 생겼지만, 전혀 다르다”고 정확히 짚어주는 것을 보고 그런 걱정을 내려놨습니다. 오히려 한국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타자화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외세의 잦은 침략이 한국 식문화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 그러면서도 한국만의 것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가까운 조부모 세대부터 200-3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선조들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조상들의 삶이 의외로 자신의 삶과 겹쳐질 때 스타들은 감회에 젖습니다. 그의 어떤 요소를 내가 정말 물려받은 것은 아닌지, 선조들을 통해 자신을 비춰봅니다. 이렇게 가족의 뿌리를 찾는 건 지극히 사적인 일처럼 들리지만, 다큐멘터리는 당대 그 나라의 시대상을 개인사와 연결하며 그 내용을 사회적으로 확장합니다. 이민자에게 배타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에, 스타들이 자신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긍정하게 되는 서사가 반갑게 느껴집니다.

친밀함 UP 지수 ★★★★ 그 나라의 음식, 역사, 문화를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고문서 발견 지수 ★★★★ 입양과 이민 관련 문서부터 한 줄 기사까지 다양한 서류가 등장한다. 한국 편에선 ‘족보’가 소개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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